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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즈 Rules] 원앤제이갤러리

작성자 원앤제이갤러리 등록일 2016-12-28 17:26:14 조회 301

룰즈 Rules

전시 기간 2016년 12월 22일(목) – 2017년 1월 26일(목) 

관람 시간 화요일 - 일요일, 오전 11시 - 오후 6시 

전시 장소 원앤제이 갤러리 (서울 종로구 북촌로 31-14 / 02-745-1644) 

참여 작가 고근호, 김미영, 성시경, 이상훈, 이환희, 최수인, 에이메이 카네야마 

웹사이트  www.oneandj.com/ 

후원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한국 문화예술 위원회 


원앤제이갤러리는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실험뿐 아니라, 신진 기획자를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큐레이터 최정윤의 기획전을 오는 12월 개최한다. 본 전시 <룰즈>에서는 젊은 작가들 중 회화 평면 위에서의 실험에 집중하고 있는 작가 7인을 소개한다.  

 

1980~90 년대 출생의 젊은 회화 작가들 중 가시적인 세계를 캔버스 위에서 재현하기보다 자신만의 체계 내에서 스스로 만든 ‘규칙’을 따라 제작하는 이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특정 사회정치적 이슈나 이야기에서는 어느 정도의 심리적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으며, 작품 바깥의 삶과의 직접적인 연관관계보다는 작품을 구성하는 물리적 재료와 작가 사이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파열음 그 자체에 집중한다. 전시에는 명료한 선과 색으로 차가운 화면을 만들어 내는 작품부터 작가의 주관에 따른 감정 표출을 극대화한 작품까지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전시 제목 ‘룰즈(rules)’는 참여 작가 모두가 자신이 온전히 ‘통치(rules)’할 수 있는 세계 속에서 자신만의 ‘규칙(rules)’을 고수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붙였다. 보통 규칙은 여러 사람이 같이 지키기로 작정한 법칙이자 질서를 의미하지만, 전시에서 지시하는 각 작가들의 ‘규칙’은 지극히 각 개인에게만 해당되며, 그 규칙을 명확하게 남에게 설명하거나 공표할 이유조차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규칙이라는 단어의 원래 뜻과는 차이가 있다. 작가들이 제시하는 자못 객관적이고 명확해보이는 규칙마저 실상은 그 목적이 지극히 불투명하고 자의적이다.  

 

이환희는 모든 회화 작가가 그러하듯이, 회화 표면에서 어떤 이미지를 구현할 지에 관해 끝없이 고민한다. 작가는 재료, 색, 선, 형태 등을 결정하는 순간에 작품이 제작되는 시점의 개인적 관심사를 기반으로 만든 스스로의 규칙을 따른다. 이번 전시 출품작에서는 “이렇게까지 해도 회화가 될 수 있는가”를 제약 요소 중 하나로 상정하고, 매체적 한계에서의 임계점을 줄타기한다. 작가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는 매 스트로크 별로 ‘부하(stress)’의 과정을 거쳐 탄생되는데, '부하'는 육체적 부담 또는 하중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부하를 과부하(overload)라고 부르는데, 그 값은 각 개인마다 다르다. 그러니 작가가 말하는 부하의 과정 역시 매우 주관적인 것인 셈이다. 작가가 한 작품에서 다루게 된 주제나 요소, 색, 형태는 다음 작품에 영향을 주고, 기존 요소를 호출하고 변형해 이미지를 재생산해내는 등 자기참조적 형태로 발현된다.  

 

김미영에게 흰 화면은 벽에서 나무 지지대의 두께만큼 떨어져 존재하는 하나의 레이어이자, 다른 차원으로 이어지는 이행의 통로다. 작가는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분위기나 기억의 파편을 캔버스 위에 그려낸다. 그의 작품은 청각, 미각, 촉각 등의 여러 종류의 감각을 시각화한 것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각적 심상을 경험하도록 한다. 부드러운 맛, 상쾌한 공기, 즐거웠던 시간 등이 눈 앞에 펼쳐지는 셈이다. 작가는 화면 위에 물감을 얇게 혹은 두텁게, 빽빽하거나 혹은 느슨하게 바르기도 하고, 선을 긋기도, 평평하게 펴기도, 흘리기도, 누르기도, 긁어내기도, 혹은 닦아내기도 하는 등 붓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표현 방식을 실험한다. 그는 ‘무엇을 그릴 것인지’보다도 물감을 ‘어떻게 바를 것인가’에 더 집중하면서, 행위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빠르고 직관적으로 화면을 채워 나간다.  

 

최수인이 회화 표면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는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감정, 다양한 심리적 양상에 관한 것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자신만의 무대를 만드는데, 이는 연극에서 만들어진 세트장처럼 특정 분위기를 생성하는데 일조한다. 형상으로 가득한 캔버스지만, 그것들은 직접적인 도해나 설명에 봉사하지 않는 듯 손에 잡히지 않고 미끄러진다. 최수인 작업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어떠한 대상도 보고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마치 상상화를 그리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즉흥적으로 특정 감정과 연관된 모티프를 구체화한다. 최수인의 그리기는 오롯이 기억과 망각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요소는 물, 산, 나무 등과 같은 자연물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형태를 직접적으로 묘사한 방식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고근호는 참조의 대상을 오직 회화 내부 요소에서만 가져와 작품을 제작하고, 그것들을 최종적으로 배열하는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한다. 그는 시각적인 쾌락을 주는 대상은 우리 주변에 매우 많지만, 그것을 감상한 이후 일종의 허무함을 느꼈다고, 그래서 어떠한 외형 뒤에 숨겨진 참조적 대상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이 더 즐겁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배열’의 과정은 스스로가 정한 제한의 규칙에서부터 시작된다. 먼저 캔버스의 규격, 캔버스의 개수, 천의 종류, 그려질 사각형의 규격과 개수, 물감의 종류와 색을 제한하고 선택한다. 그가 결정한 제한 요소들은 작품에서 하나의 도구처럼 기능하게 되며, 하나의 화면은 다른 화면을 구성할 때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최종 작품은 마치 벽이 커다란 바탕 화면이고, 작은 캔버스들이 화면을 구성하는 요소처럼 구성돼 있다.  

 

이상훈은 회화에 관한 회화 작품을 제작한다. <조영법(造影法) 1: 000 ~ 111>(2014)이 그림을 그리기 직전까지 화가가 놓여있는 일반적인 상태를 나타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어떤 장소, 공간에 관해 말한다. 작가는 그 공간을 ‘채석장’이라고 부르면서, 그 곳에서의 가상의 일과를 총괄하는 감독관이 매일 기록하는 작업의 진행 상황을 캔버스 위에 펼쳐 보인다. 색상, 윤곽 등 회화를 구성하는 요소가 각 작품의 주제가 되는데, 먼저 색상을 다루는 작품에서는 물감회사가 제공하는 정보에 기반을 둔 색의 혼합에 관해 논의한다. A, B, C 의 혼합으로 만들어진 D 물감을ㅡ채석장의 하강식 채굴법(Digging)을 이용해ㅡ역으로 분해해 나간다. 에서는 빨강, 노랑, 파랑의 삼원색이 섞이면서 검정색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성시경은 자의적인 구상과 그리기 행위 사이에서 나타나는 여러 조형을 캔버스에 배치하고 조합한다. 작가는 구상 한 개별 형상이 캔버스 위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가공되고 변화하는 지점에 주목하며, 이를 수용 또는 통제한다. 그 의 회화는 가정된 이미지를 향한 한 방향의 흐름을 거쳐 완성되지 않는다. 빈 화면에서부터 차례로 입력되는 조형 단위들은 캔버스 표면에 자리 잡아 매번 새로운 기준점을 이룬다. 이처럼 그는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캔버스 내외의 조건을 살피고, 그 조건들을 조형의 과정에 개입시켜 그 결과를 기대한다. 이번 출품작은 또 다른 조건으로서 ‘화면의 면적, 틀’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하나의 캔버스 안에서 여러 조각의 독립된 화면을 만들고, 확장 혹은 연 결의 방법을 통해 얻은 넓어진 틀 안에서 또다시 개별적인 단위를 중첩해 하나의 화면을 완성한다. 

 

에이메이 카네야마는 흰 평면을 마주하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려낸다. 작가는 꿈, 기억, 경험에서 생성된 무의식에 축적된 이미지를 화면 위에 담는다. 습관처럼 몸에 배어있는 감각과 변화하는 상황이 부딪히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지향한다. 상황에 따라 그림은 위, 아래 혹은 좌우가 바뀌기도하기 때문에 애초에 규칙이라는 것 자체를 만드는 것이 그에게는 무의미하다. 재일교포인 작가는 일본에서 자라고, 미국에서 공부했고 현재는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각기 다른 문화적 환경에서의 삶 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경험의 파편들이 작업에서 종종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는 특정 대상보다는 작가에 내재되어 있는 과거의 기억 앞에서 스스로를 마주하고, 발생되는 감각을 시각화했다. / 최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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