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재연의 흔한 공식을 깨다

네 번째 시즌에서 새로운 관객과 기존 관객 모두 포용하기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6.12.05 10:18:32

올해 네 번째 시즌을 맞은 창작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사진=쇼온컴퍼니)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김영란법’ 시행과 더불어 2017년도 공연 시장은 앞으로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그리고 현재 어지러운 시국 상황 속, 가장 관객이 몰려든 연말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에는 예전만큼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창작 뮤지컬은 더욱 힘든 상황이다. 과거와 비교해 창작 뮤지컬이 많이 만들어져 무대에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대형 규모의 라이선스 뮤지컬과 비교해서는 힘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창작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살아남아 안정적인 정착을 했다. 2012년 김수로 프로젝트 3탄으로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2012년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 베스트창작뮤지컬상, 연출상, 극본상, 음악상에 노미네이트된 데 이어, 2013년 재연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창작뮤지컬지원사업에 선정, 2016년 한국 콘텐츠진흥원 스토리기반 사업 해외 진출 지원작으로 유일하게 선정됐다.


작품은 1926년 나치 정권 아래의 독일이 배경이다. 심리학자 그라첸 박사의 대저택 방화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네 명의 고아 한스, 헤르만, 안나, 요나스 그리고 아이들을 극진히 돌본 보모 메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올해 공연은 네 번째 시즌이다. 네 번째로 관객과 만난다는 건 반가운 일이기도 하지만, 공연 쪽에서는 고민이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계속해서 시즌을 거듭하는 건 이젠 어느 정도 흥행이 안정하게 보장된 공연에 올라섰다는 의미가 있다.


극중 첫째 한스(왼쪽, 김도빈 분)와 둘째 헤르만(전성우 분)은 기억나지 않는 그날에 대해 이야기하며 대립한다.(사진=쇼온컴퍼니)

그런데 또한 관객의 흥미를 계속해서 끌 요소를 재검토해볼 시점을 맞았다는 의미도 있다. 초반에야 새로 시작되는 공연에 대한 궁금증으로 관객이 몰려들지만, 이에 안심하고 가만히 있다가 한순간 공연이 지루함 또는 실망감을 줄 때 관객은 돌아설 수 있기 때문. ‘블랙메리포핀스’의 마니아 팬들은 새로운 시즌마다 계속 공연장을 찾겠지만, 새로움을 추구하는 관객의 욕구 또한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이번에 ‘블랙메리포핀스’는 그 고민의 해결을 보여줬다. 공연을 확 뒤엎지는 않았다. 공연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같다. 아름다운 음악도, 배우들의 노래도, 무대 세트도 기존 공연을 봤던 관객들에게 익숙하다. 그런데 이야기의 중심을 끌어가는 인물이 첫째 한스에서 둘째 헤르만으로 변경됐다.


한스와 헤르만은 극중 대립 구도를 보이는 인물이다. 화재 사건에서 살아남은 네 명의 아이들은 어른이 돼서도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간다. 그런데 이 트라우마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기억이 안 나면 고민할 거리도 없지 않을까 싶지만, 오히려 생각나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발생하는 공포감과 불안감에 늘 시달린다. 한스는 그래서 집에 불이 나던 날 벌어진 일들에 대한 기억을 찾고 싶어 한다. 이른바 ‘기억을 추적하는 자’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그라첸 박사의 대저택 방화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네 명의 고아 한스, 헤르만, 안나, 요나스 그리고 아이들을 극진히 돌본 보모 메리의 이야기를 그린다.(사진=쇼온컴퍼니)

하지만 둘째 헤르만은 이런 한스에게 반감이 있다. 아픈 기억을 들춰내려는 한스의 행동을 저지한다. 그런데 이랬던 헤르만에게 조금씩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것이 올바른 기억인지 확신이 없어 혼란스럽다. 미술가인 헤르만은 어느 새인가 매우 거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날의 기억을 바탕으로 그려진 것 같은데, 그림을 그리고 나서도 뭘 그린 건지 본인도 모른다. 이런 헤르만은 ‘왜곡된 기억을 가진 자’이다.


이전 시즌 공연에서는 한스가 ‘기억을 추적하는 자’로서 그날의 방화와 살인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증을 더 불러 일으켰다. 이번엔 헤르만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헤르만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왜곡된 기억인지 생각하게 된다. 이전 시즌 공연을 본 관객들에게는 다소 신선함을 주고, 새로 공연을 보는 관객들의 이해에도 무리가 없다. 양쪽 관객을 모두 다 취하는 전략이다.


네 번째 시즌이 이렇게 전개되다 보니, 추후 시즌엔 셋째 안나와 막내 요나스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무대 또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이 동시에 생긴다. ‘블랙메리포핀스’는 억지로 신선함을 쥐어짜기보다, 기존의 잘 짜인 공연의 틀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 네 번째 시즌을 슬기롭게 맞았다. “이전이랑 똑같겠지” 하는 관객에게 “아니? 조금 다른데?” 하고 호기심을 제대로 불러일으킨다. 공연은 대학로 TOM 1관에서 2017년 1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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