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뮤지컬 1세대 남경주·전수경, 이렇게 귀여워도 되나요?

뮤지컬 ‘오! 캐롤’서 수줍은 커플 케미 제대로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6.12.05 10:19:01

뮤지컬 ‘오! 캐롤’에서 호흡을 맞추는 (가운데 초록색 복장 중 왼쪽)남경주와 그 옆의 전수경. 이들은 수줍은 사랑을 하는 허비와 에스더를 연기한다.(사진=쇼미디어그룹)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뮤지컬 1세대 대표 배우인 남경주와 전수경. 이들이 제대로 사랑스러워지기로 작정했나 보다. 뮤지컬 ‘오! 캐롤’에서 14년 만에 커플로 호흡을 맞춘 이들이 제대로 된 케미를 보여주고 있다.


‘오! 캐롤’은 닐 1958~1963년 2000만 장의 앨범을 판매하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닐 세다카의 음악으로 이뤄진 뮤지컬이다. 내용은 개성 가득한 네 커플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왕년의 클럽 인기 가수였던 에스더와, 그런 에스더를 오랜 세월 사랑해온 허비. 그리고 파혼 당한 아픔을 가진 마지와 그녀를 뒤늦게 쫓아온 연인 레오나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작곡가 게이브와 그런 그의 재능을 알아본 로이스. 마지막으로 바람둥이 가수 델과 그런 델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연상의 스텔라까지. 이들이 모두 파라다이스 리조트에 모이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요즘은 중년 로맨스가 대세다. 드라마와 리얼리티 프로그램, 영화 등에서도 중년 로맨스에 주목한다. 남경주와 전수경은 허비와 에스더 역을 맡아 중년의 수줍은 로맨스를 보여준다. 파라다이스 리조트에서 쇼를 진행하는 이들은 ‘오! 캐롤’의 중심축이자,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다. 객석에 앉은 관객들을 파라다이스 리조트 쇼를 구경하러 온 관람객으로 바라보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건넨다. 객석과 눈을 마주치기 위해 일순간 공연장의 조명이 환하게 밝혀지기도 한다.


이들이 등장하는 장면마다 저절로 관객들은 웃음 짓게 된다. 익살맞은 표정과 나름 칼 군무 식의 율동으로 등장해 무슨 공연을 펼칠지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 꼭 이전에 이윤석과 서경석이 ‘별들에게 물어봐’ 코너에서 “아니~그렇게 심한 말을? 그렇게 깊은 뜻이?”를 외치며 보여준 환상의 호흡을 떠올리게 하는 만담 콤비다.


특히 남경주는 이른바 ‘아재 매력’이 폭발한다. 관객이 “헐” 소리를 외치게 하는 아재 개그를 선보인다. 그간 남경주는 정말 다양한 공연에 출연하며 많은 캐릭터를 소화했다. 그런데 ‘오! 캐롤’에서의 허비가 유독 그에게 잘 맞는 느낌이다. 그 또한 앞선 인터뷰에서 “허비가 선보이는 아재 개그라던가, 이 공연의 주요 모토인 닐 세다카의 음악이라던가, 내 세대에 무릎을 탁 치며 공감 가는 요소가 있다.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무대를 보니 그의 말이 괜한 소리는 아니었다는 게 느껴진다.


남경주의 ‘아재 매력’ + 전수경의 ‘고혹 매력’


뮤지컬 ‘오! 캐롤’은 닐 세다카의 음악을 중심으로 이뤄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다.(사진=쇼미디어그룹)

특히 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노래는 에스더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당신은 나의 모든 것(You mean everything to me)’이다. 남경주 또한 이 노래를 이번 공연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꼽은 바 있다. 그간 주역을 맡은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서포트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던 남경주는 ‘오! 캐롤’에서 든든한 중심축인 동시에 자신의 매력 또한 유감없이 보여준다. 공연 도중 현재 어지러운 시국에 대해 한 마디를 던지기도 한다. “우주로 날려 보내야 한다” “순실” 등 요새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를 가득 채우고 있는 몇 분들의 이름이 그의 입에 오른다.


전수경은 이런 남경주의 파트너로서 부족함이 없다. 특히 ‘오! 캐롤’에서는 그의 고혹적인 매력이 돋보인다. 에스더는 파라다이스 리조트 쇼를 책임지는 사람인만큼, 매 등장마다 관객들을 만족시킬 멋진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데뷔 이후부터 현재까지 혹독한 체중 관리를 하고 있다는 전수경의 아름다운 자태가 유독 드러나는 공연이다.


커튼콜 노래로도 등장하는 ‘원 웨이 티켓(One way ticket)’은 전수경의 매력이 특히 잘 드러나는 곡이다.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전수경의 목소리, 그리고 화려한 춤에 어우러져 절로 흥이 나게 한다. 소녀 같은 면모도 보인다. 허비 앞에서 수줍음을 들키지 않게 일부러 말을 돌리는 에스더. 전수경이 연기하는 에스더는 사랑스럽고 또 수줍다.


오랜 시간 뮤지컬 무대를 지키며 어느덧 뮤지컬 1세대 대표 배우 반열에 올라 선 남경주와 전수경. 이들은 서로를 “믿고 함께 연기할 수 있는 배우”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서로의 호흡에 대해 “우리는 자체발광 매력덩어리”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들의 말처럼 호흡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그래서 사랑에 솔직한 젊은 세대와 달리,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지 못하고 표현을 잘 하지 못해 우물쭈물 하는 이들의 모습이 더 귀여워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사랑을 보여주는 뮤지컬 ‘오! 캐롤’ 무대.(사진=클립서비스)

델 역의 서경수 또한 눈길을 끈다. 그가 등장할 때마다 관객석은 “어우” 하는 소리로 들끓는다. 버터를 몸에 바른 듯한 느끼함이 제대로다. 여기에 게이브 역의 성두섭, 로이스 역의 안유진, 마지 역의 정단영, 스텔라 역의 진수현까지 맡은 몫을 제대로 해낸다. ‘오! 캐롤’은 어느 한 커플에 무게 중심을 쏠리게 하지 않고, 네 커플의 수줍고, 화끈하고, 솔직한 사랑을 고루 보여준다.


음악 위주로 구성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보니 내용 전개가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건 아쉽다. 마지가 여배우 오드리 햅번의 광팬이라는 이야기가 갑자기 끼어들어서 느닷없이 ‘오드리 햅번’ 노래를 부를 때는 생뚱맞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드리 햅번이라는 인물을 통해 델이 마지에게 접근한다는 개연성이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자연스럽지는 않다. 이 약점을 ‘오! 캐롤’은 파라다이스 리조트의 쇼에서 펼쳐지는 공연이라는 전체적인 콘셉트 아래 조화를 이루려는 시도를 한다.


뮤지컬 ‘오! 캐롤’과 한국 관객과의 첫 만남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앞으로의 남은 공연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2017년 2월 5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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