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북] 그림 읽는 변호사

다아트 김연수 기자 2017.01.06 10:03:02



요즘 방송에 활발히 출연하며 '악마 변호사'란 별명까지 갖고 있는 양지열 변호사가 서양 미술사에서 잘 알려진 명화들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지는 법(法)에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 ‘그림 읽는 변호사’를 펴냈다

명화로 알려진 작품들 중 상당수 작품들은 인류 역사의 생생한 장면을 담은 중요한 기록물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림만큼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 법이다. 법에는 당시의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이 소개하는 그림들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세상사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그림에 담긴 이야기는 신기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들과 겹쳐진다. 저자는 시대를 뛰어넘어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질을 한눈에 보여주는 그림 속에서 21세기 대한민국의 법을 이야기한다. 

제대로 된 자격조차 없던 선장이 이끄는 배 한 척이 망망대해를 건너려 했다. 그러다 배가 좌초되자 선장과 승무원들은 승객을 버리고 먼저 도망가 버렸다. 정부는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1816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메두사호 침몰 사건이다. 200년 전 작품인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은 그런 역사의 현장을 예술로 승화시켜 인간의 탐욕과 부패한 권력을 비판한 작품이다. 저자는 이 그림과 함께 2014년 4월, 대한민국을 가라앉힌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며, 범죄의 조건에 관해 이야기한다. 

또한, 프란시스코 고야의 ‘옷을 벗은 마하’를 통해 음란물의 기준, 주세페 세자리의 ‘다이아나와 악타이온‘을 통해 정당방위를 설명하는 등,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법에 대한 이해와 사회 문제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저자는 법이 항상 옳기만 한 것은 아니며, 법도 틀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비드의 작품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보면 ‘악법도 법이다’란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널리 알려진 바와 달리 정작 소크라테스는 재판 과정에서의 타협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악법도 법이라며 따른 것이 아니라 악법을 따르느니 죽음을 택하겠다고 한 것이다. 

8년간의 기자 생활을 하다가 걱정이 많은 세상을 살아가며 사람들의 걱정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변호사가 된 저자는 무엇보다 법이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는 “법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런데도 그 국민이 법을 알기 어려워한다면 그것은 단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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