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로를 통해 한국 추상회화의 역사를 살피다

가나문화재단, '윤명로, 그때와 지금'전 열어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7.01.18 17:46:09

윤명로, '얼레짓 86-801'. 린넨 위에 아크릴릭 채묵, 182 x 227cm. 1986.

한국 추상회화의 거장 윤명로(1936~)의 근 60여 년 화업 인생을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가나문화재단은 '윤명로, 그때와 지금'전을 연다. 윤명로의 작업과 더불어 한국 추상회화가 걸어온 길을 오늘의 시각으로 재조명 하는 자리다.


윤명로는 1960년 미술가협회 창립멤버다. 당시 젊은 작가였던 그는 독립 이후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국전 중심의 화단에 새롭게 도전하며 덕수궁 담벼락에 획기적인 전시를 주도했다. 1960년엔 서울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판화를 지속적으로 작업하면서 1968년 '한국판화가협회'를 창립했다.


1969년 미국 록펠러 재단의 후원으로 프랫 그래픽센터에서 1년간 판화를 공부한 후 귀국한 그는 한국 현대판화의 초기 정립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판화 작업 이후 그만의 독자적인 추상회화 세계를 구축했다.


윤명로, '균열 80-320'. 린넨 위에 아크릴릭 혼합재료, 162 x 130cm. 1980.

이번 전시는 1956년 윤명로 화백이 대학시절 그렸던 유화 작품과 함께 10년을 주기로 변모되는 작업 세계를 살펴본다. 60년대 초기작을 시작으로 최근에 이르기까지, 신작을 포함한 판화 작품 등 6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전 작품에 걸쳐 자연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윤명로는 작가노트를 통해 "현대는 폭력과 외설, 잡다한 재료와 저속한 생산물의 차용, 첨단과학에 의한 온갖 이미지의 난무로 자연을 상실하고 있다. 이 시대에 우리가 되찾아야 할 사상은 불멸의 자연에 대한 경외의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텅 빈 여백을 기초로 해서 하나의 형, 하나의 색을 본다. 이름 지을 수 없는 이러한 형과 색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보이는 것, 들리지 않으면서도 들리는 것, 황홀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라며 "보이지 않는 것에서 무엇인가를 보며, 들리지 않는 것에서 무엇인가를 들으며 존재하지 않는 것에서 무엇인가를 나타내려는 나의 행위를 나는 격이라 부르며 영원히 익명의 땅으로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본전시장에서는 '겸재예찬' 연작의 연장선상에서 작업되는 최근작이 전시된다. 제2전시장은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통해 세상을 관조하며 무위의 경지에 도달한 완숙한 추상회화 작품으로 구성됐다. '겸재예찬' 연작은 조선 후기 진경산수를 창안한 겸재 정선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제3전시장은 '익명의 땅' 연작을 선보인다. 거대한 자연의 응축된 에너지를 화폭에 담아내며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통해 느꼈던 경이로움을 강렬하고 역동적인 붓터치로 표현했다. 제4전시장에서는 1980년대 연작 '얼레짓'을 볼 수 있다. 연을 날릴 때 쓰이는 도구인 얼레와, 행위를 나타내는 짓이 합성된 단어다. 연을 날릴 때의 움직임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것처럼, 작품도 작가의 정신과 행위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나타낸다.


윤명로, '고원에서 MXII-1029'. 린넨 위에 아크릴릭, 218 x 291cm. 2012.

제5전시장에서는 앵포르멜의 영향을 받은 초기작이 전시된다. 앵포르멜은 1960년대에 미국의 액션 패인팅과 같은 기하학적 추상의 차가운 면에 대응하고, 추상의 서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유럽에 나타난 회화운동이다.


음울한 시대 속에서 기존 질서를 부정하는 젊은 예술가의 고민이 드러나는 작가의 초기작들과, 1970년대 윤명로의 연작 '균열' 작품도 함께 구성된다. '균열'에서는 우연적으로 보이는 작품 표면과 작가가 의도성을 갖고 물감의 두께와 색채를 조절한 흔적이 보인다. 작가는 우연히 물감의 갈라짐을 발견했다. 이를 의도적으로 물감의 두께를 조절함으로써, 더 강한 마티에르적인 효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의도적인 개입으로 인해 기존 회화와는 전혀 다른 표현 기법으로 전환시킨 계기가 됐다.


이밖에 3층 소전시장은 작가의 최근 판화 작품, 4층 소전시장은 작가의 작가 영상을 담은 비디오룸으로 구성된다. 전시는 인사아트센터 전관에서 3월 5일까지 열린다.


한편 가나문화재단은 윤명로의 1970년대 '균열' 시리즈를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작가의 일상과 기록을 담은 에세이집도 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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