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풍자화 '더러운 잠'] 예술인들 "더민주-자유당 모두 더러운 잠에서 깨어나라"

다아트 김연수 기자 2017.02.10 15:33:47

'더러운 잠' 훼손과 관련해 책임과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모인 예술인 모임 대표들. (사진= 김연수)


촛불을 든 수많은 인파가 옹기종기 모여 않았던 광화문광장의 밤은 분노로, 체온으로, 촛불의 열기로 그나마 따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출근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아침의 광화문광장은 사방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이 맞부딪쳐 노출된 맨얼굴을 에는듯했다. 2월 6일 오전, 작년 10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후, 정부의 예술 표현에 대한 검열에 항의하며 광화문광장에서 예술인들이 풍찬노숙을 하기 시작한 지 100일을 앞 둔 시점이었다. 

분노인지 칼바람 때문인지 굳은 얼굴의 예술인들이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다시 모인 이유는 최근 논란이 된 국회 전시 ‘곧, 바이!’전에서 선보인 이구영 작가의 작품 ‘더러운 잠’의 훼손에 대한 책임과 사과를 요구하기 위함이었다. 각 시도의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민예총), ‘곧, 바이!’전 작가연대, 문화연대,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등 56개 단체는 '창작 표현의 자유 수호와 ‘더러운 잠’ 작품 훼손에 대한 예술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력자들은 예술의 가치를 이해하지 않거나, 낙하시킨다” 

이들은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단체들의 마타도어(흑색선전)의 표적이 된 그림 ‘더러운 잠’은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와 조르조네의 작품 ‘비너스의 잠’을 패러디한 것으로 세월호 참사 당시 수백 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데도 태연하게 머리 손질이나 하면서 수수방관한 현직 대통령의 직무유기를 풍자한 그림이며 어디까지나 작가의 문제의식이 투영된 엄연한 하나의 예술작품"이라며, “새누리당(현재 자유한국당, 약칭 자유당)과 보수단체 회원들은 예술작품이 갖는 함의에는 의식적으로 눈을 감은 채 풍자의 대상으로 등장한 식물 대통령만을 문제 삼으며 본질을 호도하고 작품까지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풍자란 본디 약자들의 공격전략”이라며, “지니고 있는 ‘무기’가 턱없이 부족한 약자들이 탄압과 수탈을 일삼는 권력가들을 타격하기 위해 고안해 낸 집요하고도 유쾌한 공격방식”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기자회견의 여는 말을 담당한 한국민예총 수도권이사장이자 시인인 정세훈은 “권력은 민중에게 봉사-헌신하라고 국민이 준 것임에도 새누리당을 비롯한 권력자들은 권력이 자신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한다”며,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에서 예술이 존중받고, 인간다운 삶을 살기위해 당당하게 응대할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술평론가 임정희는 “‘표현의 자유’는 ‘세계인권헌장선언’에도 명기돼 있는,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가치이지만, 여전히 예술의 생활-사회적 표현에 대한 이해는 왜곡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집단이) 예술을 진지하거나 삶의 본질과 연결된 것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권력으로 재단할 수 있는 것, 그저 ‘대상’으로 낙하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술가 김정도는 “전시가 열린 국회의원 회관은 국민의 공간이며, 민의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며, “작품에 대해 추하거나 아름답다는 생각이나 호불호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그런 이유로 어떤 작품도 훼손돼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로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 역시 “작품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따라서 그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기분 나쁘다’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을 훼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있지 않다”며, “작품을 훼손한 것은 명백한 테러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말미에 선보인 미술가 이진석의 퍼포먼스. (사진= 김연수)


“야당에 더 화나” 

한편, 예술가들은 새누리당을 비롯한 여당뿐만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비판의 말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시회를 주최한 표창원 의원에게 6개월 직무정지 징계를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 엄중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당 지지율의 유지에 급급해 ‘표현의 자유’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표 의원에 대해서만 징계처분을 내렸다”고 전했다. 

연극인 이혜성과 문화 연대의 문화정책센터 소장 이원재는 “차라리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원래 그렇지’라는 생각에 화도 나지 않는다. 정작 화가 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이라며, “작품을 훼손한 사람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고, 그에 대한 논의와 결론이 이뤄지기도 전에 더 빨리 징계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리하자면, 이번 광화문 광장에 모인 예술인 연대의 입장은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더러운 잠’에 관한 논의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작품 훼손은 말로써 논의하는 것이 아닌, 폭력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더러운 잠’에 관련한 ‘여성혐오’에 관한 논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런 논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작품이 훼손됐다는 점, 그리고 전시회를 주최한 표창원 의원의 자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표 의원을 징계한 것은 전시 주최 전 검열을 인정한 꼴이라는 것이다. 

이들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예술가들도 있고, 광장에 나와 예술을 통한 시위를 지속하는 이유가 정부 및 행정기관의 예술 표현에 대한 탄압이었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심해 보였다. 

이와 함께, 예술인들은 이날 △새누리당의 해체 및 △작품을 훼손한 새누리당과 보수단체 회원들은 예술작품 훼손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법적인 책임을 질 것 △더불어민주당은 표창원 의원에 대한 징계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자당의 입장을 밝히고 새누리당과 동조세력에 부화뇌동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할 것 △작품에 대한 비판적 의견 개진을 넘어 개인(표창원 의원)과 그의 가족을 인격을 모독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검경은 즉각 조사해 그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하며 “표현의 자유에 조종을 울린 천박한 정치인들은 ‘더러운 잠’에서 깨어나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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