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전시 '사임당, 그녀의 화원'과의 연결 고리

'율곡 이이의 어머니' '현모양처'가 아닌 예술인 신사임당에 접근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7.02.14 08:52:55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과 사임당 역을 맡은 이영애.(사진=SBS)

이영애가 장금이가 아닌 신사임당으로 돌아왔다.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과거와 현대를 오가며 신사임당으로 분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이영애가 극중 한 전시장에서 신사임당이 그린 그림 ‘초충도’를 보게 되는 장면.


이 그림은 현재 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사임당, 그녀의 화원’전에서 볼 수 있다. 서울미술관이 소장한 이 작품은 몇 년 전 드라마 측으로부터 협조 요청이 들어와 촬영에 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드라마 방송이 늦어지면서 시기적으로 전시와 드라마가 함께 맞물리게 됐다. 신사임당에 대해 더 많이 알고픈 대중에게는 좋은 기회다.


그런데 살펴보자면 단순 드라마에 신사임당의 그림이 전시된 것 이상으로, 드라마와 전시가 신사임당에 접근하는 방법에서 연결고리가 발견된다. 신사임당은 현 시대에 ‘현모양처’ 그리고 ‘율곡 이이의 어머니’의 표상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신사임당이 예술인으로서 지녔던 재능에 대해서는 다소 부각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신사임당의 '묵란도'와 이에 관한 17세기 학자 우암 송시열의 글이 함께 전시됐다.(사진=서울미술관)

그런데 드라마와 전시는 신사임당이라는 한 인간, 즉 누구의 어머니나 아내가 아니라 한 여성, 그리고 한 예술인으로서의 신사임당에 접근하는 시도를 한다. 먼저 드라마는 신사임당의 그림을 중심으로, 그가 어떤 시대에 살았는지 주목한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부당함과 사회의 부조리함에 맞서 싸우는, 주체적인 여성상으로서의 신사임당을 강조하고 보여준다.


전시에서 이런 신사임당의 모습을 풀어내는 방식은 역시 작품이다. 신사임당의 ‘초충도(草蟲圖)’와 관련된 일화는 유명하다. 마당에서 닭이 종이를 뜯어 먹고 있었는데 신사임당이 그린 풀과 벌레였다. 정말 실제와도 같이 생명력을 지닌 그림을 보고 닭이 실제로 착각해 쪼아 먹었다는 것.


전시는 이 초충도 14점과 ‘묵란도(墨蘭圖)’까지 총 15점의 작품으로 신사임당의 뛰어난 미의식과 섬세한 작품 세계에 접근한다. 초충도와 함께 눈길을 끄는 묵란도는 2005년 KBS 1TV에서 방영된 ‘TV쇼 진품명품’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뒤 전시장에는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생동감 있는 채색 초충, 화조화로 널리 알려진 사임당이 묵매, 묵포도에도 뛰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신사임당, '초충도'. 종이에 채색, 36 x 25cm. 연도미상.(사진=서울미술관)

능숙한 기교와 더불어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필선이 돋보이고, 선비의 충섬심과 절개를 상징하는 난초는 섬세한 필선과 농묵(濃墨)과 담묵(淡墨)의 사용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화폭에 자연의 이치를 담고자 했던 신사임당의 예술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서울미술관 안병광 회장은 이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방송 뒤 1년 6개월간의 노고 끝 소장자를 만나 TV 프로그램에서 제안했던 작품 평가액(1억 3500만 원)의 두 배 이상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임상 서울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신사임당의 그림은 당시 사대부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충도는 보통 남녀나 부부 간의 다정한 사랑을 뜻해 여인들의 방을 치장하는 데 주로 쓰였는데,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다산, 자손 번창, 장수, 출세 등 다양한 상징을 내포해 당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며 “또한 계절에 따라 변하는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까지 담아 장식성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재능에 주목하는 글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임당의 묵란도의 경우 율곡 이이의 제자였던 17세기 학자 우암 송시열의 ‘송자대전’에서 관련 글을 찾아볼 수 있다. 송시열은 “혼연히 자연을 이뤄 사람의 힘을 빌려 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높이 작품을 평가했지만, 여타 다른 글에서는 그렇기에 훌륭한 아들 율곡 이이를 키워낼 수 있었다는 식의 글이 많이 남겨졌다. 남성 중심의 시대적 제약을 받은 것. 하지만 신사임당의 예술성은 작품으로 남겨졌다.


신사임당, '초충도'. 종이에 채색, 27 x 24cm. 연도미상.(사진=서울미술관)

류 학예연구실장은 “신사임당은 친정 오죽헌의 뜰에서 피어나던 맨드라미, 가지, 오이조차도 생생한 그림으로 표현해내는 등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훌륭한 아들을 키워낸 어머니라는 표상에 묻히기도 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데 아이를 낳은 것이 연대기에 적힐 정도로 예술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가 미비했다. 그리고 작품이 있어도 여자들은 당 시대 낙관을 찍을 수 없었기에 낙관이 찍히지 않는 작품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21세기에는 마치 워킹맘, 슈퍼우먼을 대변하는 여성 혁명의 상징으로도 이야기됐다. 남편 이름이 ‘이원수’였는데 정말 원수와도 같은 존재였다. 계속 과거에 떨어져 50세가 돼서야 과거에 등제하는 등 신사임당은 집안을 살피는 가장과도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한다”며 “그래서 뛰어난 어머니, 아내로는 이야기됐지만 신사임당의 삶과 작품을 조명할 기회가 부족했다”고 짚었다.


이번 전시는 그래서 신사임당, 그리고 그의 예술세계에 주목하고자 마련됐다고. 류 학예연구실장은 “신사임당의 작품을 통해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멋을 느끼고, 신사임당이 순수 예술가로 재조명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전시는 서울미술관 제3전시실에서 6월 1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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