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북: ‘책, 예술작품이 될 자유’전] 폐기된 책들에서 시작하는 자유로운 상상

다아트 김연수 기자 2017.02.18 18:08:39

권도연 작가의 사진 작품 '여름방학#2'. (이미지 제공= 교보아트스페이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전시 공간인 교보아트스페이스는 기획전 ‘책, 예술작품이 될 자유’를 연다. 책을 소재로 한 작업을 꾸준히 선보였던 작가 권도연, 지희킴이 참여해 작품 27점을  선보인다. 

이 두 작가 작품들의 공통점은 낡거나 망가져서 혹은 흥미가 떨어져 더 이상 읽히지 않는 책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최희진 디렉터는 “두 작가 모두 용도를 잃은 책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려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밝힌다. 

권도연 작가의 사진 작품 '개념어사전, 환절기'. (이미지 제공= 교보아트스페이스)


권도연: 흑백 사진에 담긴 사유의 가능성
 
권도연의 작품은 책을 그린 연필 드로잉처럼 보이지만 사실 흑백 사진 작품이다. ‘개념어 사전’ 시리즈는 폐지 처리장에 버려진 사전들을 수집해 찍은 것이다. 그는 이 작업을 하기 전 한 줌 밖에 되지 않은 종이에서 존재가 느껴질 때의 순간을 사진에 담아왔다고 한다. 이 작업은 작가에게 한정된 대상으로부터 시작한 사유가 확장되는 경험이었고, 그런 무한한 사유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사소한 존재를 작가는 ‘개념어’라는 관념으로 설정했다. 

작가는 “폐지로 버려진 사전들을 보며, 지시적이고 기능적으로만 유용돼왔던 본래의 역할을 벗어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힌다. 그는 “사물이 도구로 파악되는 한 그 사물은 눈앞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은 도구가 망가졌을 때”라고 전한다. 

그의 또 다른 시리즈인 ‘여름방학’ 역시 망가진 책으로부터 느낀 감상에서 비롯한다. 유년 시절 폭우가 내린 여름방학, 물속에 잠겼던 책들의 형상과 단어들은 덩어리지고 뭉개져 있었지만, 오히려 상상의 힘으로 읽었던 기억이다. 그는 찬란한 이미지들로 기억되는 유년시절 당시의 감성을 재현한다. 

지희킴 작가의 '새벽을 헤엄치는 드로잉' 시리즈 중 'The Gaze(더 게이즈)'. (이미지 제공=교보아트스페이스)


지희킴: 책 속을 유영하는 기억의 연결고리

지희킴의 작업은 실제의 책이나 책장에 드로잉을 하거나 콜라주를 덧붙이는 형식의 작품들이다. 작품의 재료로 쓰인 책은 북 드로잉 프로젝트를 위해 런던의 대학 도서관과 지역 도서관에서 기부 받은 것이다. ‘새벽을 헤엄치는 드로잉’ 시리즈는 인쇄된 글자들 중 단어 하나를 골라내 개인적인 경험들을 떠올리며 드로잉을 해나간 것이다. 사슬처럼 연결돼는 기억을 연쇄적으로 떠올리고, 그것을 드로잉으로 기록하는 과정에 대해 작가는 “단순한 기억의 복원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지속적인 서사”라고 표현한다.

작품 각각의 제목은 '슬픔이여 안녕', 'Green House(그린 하우스)', 'Pink(핑크)' 등 페이지에서 작가가 발견한 단어나 문구들이다. 이런 과정에 대해 작가는 "누군가 버려 죽음에 이른 책이 드로잉을 통해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 생명력을 가진 무엇이 된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시리즈인 ‘Shhh, don’t tell mom(쉬잇, 엄마에게 말하지 마)'는 연속되는 기억이 아닌 단편적으로 부유하는 생각과 감성들을 표현한 것이다. 그는 “이성적인 논리보다는 날 것의 감성이 드러나도록 했다”고 밝혔다.

기획자는 “두 작가는 책을 단순히 도구적 대상을 바라보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책과 함께 한 심상과 시간을 따라가며 생명력을 부여한 예술작품으로 만든다”고 설명한다. 전시는 3월 28일까지. 

지희킴 작가의 '새벽을 헤엄치는 드로잉' 시리즈 중 'Another important(어나더 임포턴트)'. (이미지 제공=교보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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