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피터팬 증후군이 아니라 꿈꾸는 사람

도로시 살롱, 린케이 작가의 ‘소원을 말해봐’전 선보여

cnbnews 김금영 2017.03.21 09:49:10

린케이, '소원을 말해봐'. 종이에 오일 파스텔, 28 x 35cm. 2017.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어린 아이가 동화책을 꼭 껴안고 눈을 밝히며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구나.” 똑같은 동화책을 안고 성인이 눈을 밝히며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철이 안 들었네.”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철이 들 것을 강요받는다. 동화를 좋아하고 인형을 껴안는 어른에게는 ‘피터팬 증후군’이라며 사회 부적응자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한다. 린케이 작가 또한 이 점을 짚는다. “어쩌면 우리는 동화적 몽환을 금욕하는 이들을 어른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른다”고. 또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달나라에 산다는 절구 찧는 토끼와 계수나무의 존재를 아폴로 11호와 닐 암스트롱으로, 크리스마스날 울면 선물을 안 준다는 빨간 옷 하얀 수염 뚱뚱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우리의 부모님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일 것”이라고.


동화적 환상 대신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요구되는 어른. 그런데 이들에게 린케이가 다시 동화적 몽환을 끌고 왔다. 현실을 잊자는 도피성의 허상 이야기가 아니다. 어릴 때 우리는 동화를 보면서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 상상 속에서는 간절히 바라는 꿈도 있었다. 치열한 현실에서 꿈을 잊어버리고 점점 희망에 무뎌지는 사람들에게 린케이는 동화 속 꿈을 이야기하며 사람들의 가슴에 희망이 다시금 꽃피게 만든다.


린케이, '사랑한다면 그들처럼'. 캔버스에 아크릴릭, 53 x 45. 2017.

전시명 또한 이런 맥락에서 눈길을 끈다. ‘소원을 말해봐’전은 동화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바로 지니. 램프의 요정 지니는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환상의 존재였다. 하지만 지니 또한 이뤄주지 못하는 소원이 있었다. 이 제약을 린케이는 예술의 힘으로 뛰어넘는다. 그는 “인간의 간절함은 기적을 낳기도 한다”며 “현실적인 결과보다 이미 마음속에서 (꿈이) 이뤄짐을 느낌으로써 전달되는 희망의 카타르시스가 작품을 통해 전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원을 이뤄주는 매개체로 지니 대신 닭이 등장한다. 매년 띠를 주제로 작업을 해온 린케이는 올해 정유년을 맞아 닭을 작업에 들여왔다. 닭은 하늘과 땅을 잇는 신비의 동물이지만, 날개를 갖고도 날지 못하는 애환을 가진 동물이다. 그런데 린케이의 그림 속 닭은 양탄자를 타고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양탄자 위에는 램프가 놓여 있다. 램프가 닭의 소원도 들어줬나 보다. 또 새이지만 고급 새장 대신 닭장에 갇혀 구박 받는 신세인 닭이 작품 안에서는 초롱초롱한 눈을 밝힌 채 새하얀 새장 안에 있다.


린케이의 작품 속 닭은 행복하다. 또 따뜻한 느낌이다. ‘사랑한다면 그들처럼’에서는 어여쁜 사랑을 하는 두 닭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다. ‘다 줄거야’에서는 술병을 든 닭이 다른 닭에게 업혀 있는데 그 표정이 한없이 편안하다. 두 작품 모두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당신도 누군가에게 꿈과 사랑을 줄 수 있는 소중하고 행복한 존재”라고 말하는 듯하다.


린케이, '세상의 중심에서 아침을 외치다'. 캔버스에 아크릴릭, 72 x 60cm. 2017.

‘나의 밤의 기도’와 ‘소원을 말해봐’는 제목 자체에서도 사람들의 소중한 꿈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린케이는 “매일 램프의 뚜껑을 열면서 나의 오랜 기다림에 오늘은 지니와의 만남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내 심장이 눈빛보다 먼저 빛난다”고 작업을 설명했다. 진짜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지니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니의 존재를 믿고, 꿈을 꾸고 희망을 갖는 것에 제약은 없다. 사회적 역할을 강요받으며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그어버린 그 제약을 풀고 마음껏 희망을 품도록 린케이는 장을 열어준다.


린케이는 이번 전시뿐 아니라 앞선 작업에서도 자신을 돌아보는 작업을 보여줬다. ‘자아를 찾아가는 계단’ ‘눈 안의 눈’ ‘허그 유어셀프(Hug yourself)’ 등에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이번엔 이야기를 더 확장시켜 자신의 꿈과 희망을 제대로 바라보라는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도로시 살롱의 임은신 대표는 “린케이만큼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작가를 보기는 쉽지 않다. 그림으로 풀어내는 스토리가 결코 가볍지만도, 무겁지만도 않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들”이라며 “린케이는 그런 이야기들을 화려하지만 소박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분명하게 그림으로 풀어내는 작가다. 과함과 절제가 함께 하는 따스하고 반짝이는 그림, 그것이 린케이의 그림”이라고 밝혔다.


따뜻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기 시작하는 3월. 들뜬 마음으로 린케이와 함께 소원을 빌어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는 삼청동 도로시 살롱에서 3월 31일까지.


린케이, '나의 밤기도'. 캔버스에 아크릴릭, 53 x 45cm.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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