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김한울 작가의 ‘자라나는 집’, 이야기도 함께 자라난다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7.04.10 15:16:53

김한울, ‘입구에 서서’. 캔버스에 흙, 아크릴채색, 90.9 x 72.7cm. 2016.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집을 지키는 동물들이 더욱 활발해졌다. 김한울 작가가 국민아트갤러리에서 4월 4~9일 열린 석사과정전에서 ‘자라나는 집’ 시리즈를 선보였다.


김한울 작가의 작업은 제3회 CNB저널 표지작가 공모전을 통해 처음 접했다. 당시 작가의 작업은 회화 위주였다. 그런데 그림이 매우 입체적이었다. 특히 고운 빛깔의 흙이 그림 위에 자리해 살아 있는 듯한 질감으로 눈길을 끌었다.


국민아트갤러리에서 4월 4~9일 열린 석사과정전에서 김한울 작가의 전시 공간 일부.

김한울, ‘181-423번지’. 캔버스에 흙, 아크릴채색, 145.5 x 97cm. 2016.

또 흥미가 간 것은 집이 그림의 중심에 자리하지만, 그 집에 사람이 없다는 것. 대신 돌을 나르는 너구리와 주변을 경계하는 듯 몸을 바짝 세운 미어캣, 집 위를 날아다니는 새 등이 보였다. 이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건지 궁금했다. 주인이 없는 집을 동물들이 몰래 꿰찬 걸까?


이 동물들은 단순 귀여운 손님이 아니다. 오히려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마음을 간직한 존재들이다.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작가가 태어나서 28년 동안 자란 사당 5동에 재개발 바람이 불었고, 사람들이 점점 떠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떠났던 사람들은 이미 부서진 집 앞에서 돌을 주워가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바로 당장 있을 땐 몰랐던 공간의 소중함을 추억하고 기리는 행위였다.


김한울 작가는 평면 작업에서 세라믹 작업까지 방식을 넓히며 집에 관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들려준다.

김한울 ‘나무를 주웠어’.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34.8 x 27.3cm. 2017.

이 행위를 작가의 그림 속에선 동물들이 이어간다. 너구리가 돌을 나르는 이유는 집을 더 튼튼히 하기 위해서고, 미어캣은 혹여나 집을 해치는 존재가 등장할까봐 경계 태세를 갖췄다. 새도 늘 집 주위를 날면서 집을 보고 있다. 


또 이 행위는 신화적 이미지와도 맞닿았다. 동물들은 꼭 제사장 같이 가면과 모자를 썼는데, 소중한 것을 지키는 행위가 하나의 의식 같이 치러지는 모습이 화면에서 발견된다. 그 결과 집은 그냥 텅 빈 집이 아니라 소중한 것에 대한 염원을 담은, 신화적인 장소로 탈바꿈한다.


김한울, ‘도마뱀을 잡자’. 캔버스에 흙, 아크릴채색, 34.8 x 27.3cm. 2016.

김한울, ‘여기 쓸만한 나뭇가지가 있어’. 세라믹, 깃털, 나뭇가지, 16 x 20 x 28cm. 2017.

작가는 이 이야기의 전개 방식을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해내기 시작했다. 연희동 비컷갤러리에서 2월에 선보인 첫 개인전에서는 세라믹 작품도 함께 선보였다. 돌을 든 채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너구리가 회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내뿜었다. 이번에 열린 석사과정전에서는 보다 다양한 너구리가 등장했다. 돌뿐 아니라 꽃을 들고 집 모양의 세라믹 작품을 에워싸면서 보다 든든한 집 지킴이가 됐다.


이야기는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집 밖에서 집을 지키는 의식을 치르던 동물들이 이젠 집 안에서 소중한 것을 가져오는 모습이 눈에 띈다. ‘입구에 서서’를 보면 집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너구리와 새가 보인다. 집 밖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점차 이제 집 안으로까지 들어가며 아직 작가가 선보일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 가운데 소중한 존재를 인식하고 기리는 작가의 마음은 여전하다. 자신에게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잘 인식하기 힘든 세상에서 작가의 화면은 마치 봄 햇살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관련기사] 

[3회 커버작가 공모 ② 김한울] 집지키는 미어캣과 돌나르는 너구리 사연은?

사람 하나 없지만 쑥쑥 자라나는 김한울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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