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작가 - 김명식] "세상 모든 집이 사람 얼굴로 보일 때"

선화랑 개인전서 집 통해 행복과 화합 돌아봐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7.05.11 16:37:41

김명식, '이스트 사이드(East Side) 17-MP01'. 캔버스에 오일, 162.2 x 130.3cm. 2017.

(CNB저널 =김금영 기자) “집값 올랐어?” 집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요즘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아닐까. 사람이 살아가는 기본 의식주에서 특히 ‘주(住)’는 사람들 사이에 부를 측정하는 단위가 됐다. 어느 지역에 집이 있는 것이 중요하고, 집값은 얼마나 되는지, 그 집이 아파트인지 단독주택인지가 앞서 이야기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본래 집의 의미는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였다.


김명식 작가는 이런 집의 본래 의미에 주목한다. 선화랑에서 5월 23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에 다양한 집 이야기를 끌어 왔다. 그런데 그냥 집 이야기가 아니다. 그의 집 이야기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김명식, '이스트 사이드(East Side) 17-MF03'. 캔버스에 오일, 90.9 x 60.6cm. 2016.

본래 작가는 추상 표현주의 작업에 몰두해 왔다. 당시 고덕동에 살았었는데, 향토적인 느낌이 화면에 많이 묻어나는 ‘고데기 연작’ 시리즈를 선보일 때였다. 그런데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때는 흰 캔버스만 보면 겁이 났다고 한다.


“계속 그림을 그리다가 어느 순간 너무 한 곳에 머무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로라면 계속 화면을 다채롭게 꾸려가며 이야기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머리도 식히고 새로운 경험도 할 겸 2004년 미국 뉴욕에 교환 교수로 갔어요. 그런데 소호 거리를 걸으면서 그림을 보니,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 스스로 너무 틀에 구애받지는 않았나 하는 걸 깨닫고, 자신감도 조금씩 찾아갔죠.”


김명식, '이스트 사이드(East Side) 17-GN01'. 캔버스에 오일, 45.5 x 45.5cm. 2017.

특히 인상 깊은 경험을 이때 마주했다. 현재까지도 작가가 몰두해오고 있는 ‘이스트 사이드(East Side)’ 시리즈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다. 전철을 타고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형형색색의 집들이 보였다. 평소엔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을 그 풍경이 전철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새로운 광경을 만들어 냈다. 집 앞에 백인, 흑인 등 여러 인종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속도가 빨라지면서 집과 함께 오버랩돼 보이기 시작한 것. 그러다 보니 마치 집이 사람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광경이었어요. 성냥갑 같은 작은 집들이 마치 사람들 얼굴처럼 보였거든요. 형형색색의 집들은 다양한 인종처럼 보였고요. 그러다보니 집에 대한 생각도 다시금 하게 됐어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편한 곳이 바로 어디일까? 바로 집이었어요. 그리고 이번엔 이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의인화된 집들이 다채로운 색을 지닌 이유


김명식, '이스트 사이드(East Side) 17-H06'. 캔버스에 오일, 31.8 x 31.8cm. 2017.

집도 다 똑같아 보이지만, 실상 자세히 관찰하면 조금씩 다르다.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되기 때문. 어떤 집은 알록달록 다채롭게 꾸며지는 반면, 또 다른 집은 심플한 외형과 인테리어를 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집은 바라볼수록 매력 있고 재미있었다. 집을 보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분위기까지 상상해볼 수 있었다. 또 나라마다도 다른 특성이 있었고.


“저는 특히 색채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이어 왔어요. 그래서 집의 색도 많이 보게 됐죠. 미국은 특히 컬러풀한 색채감이 특징이었고요. 일본에서는 회청색이 많이 느껴졌어요. 한국도 일본과 비슷했고요. 사회적 분위기와도 맞닿는 부분이 있었어요. 한창 일본에서 따돌림 문제가 불거졌을 때 집들의 색도 전체적으로 어두웠어요. 이런 현상이 흥미로웠고 더욱 집과 색채에 몰두하게 됐어요.”


김명식, '이스트 사이드(East Side) 17-P01'. 캔버스에 오일, 162.2 x 130.3cm. 2017.

자신의 주변 환경을 바라보고 관찰하는 습관은 책 출판으로까지 이어졌다. 2010~2011년 일본 규슈산업대학 연구 교수로 지내면서 북쪽의 훗카이도에서부터 남쪽의 규슈까지 일본 전역을 여행했다. 여행지에서 느낀 글과 수채화로 그린 그림을 모아 ‘일본 수채화 여행’을 발간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건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이 풍경을 담기 위해 작가가 사용한 색의 방식이다. 사실적이면서도 독창적인 느낌을 담았다.


‘색채의 마술사’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작가는 화면에 집을 그리는데, 그 집의 다채로운 색감이 눈길을 끈다. ‘이스트 사이드’ 시리즈가 그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색을 쓸 때 과감하다. 빨간색과 초록색 등 보색을 의도적으로 배치한다. 보색 대비의 효과로, 이 둘이 서로 각자의 색을 너무 내세우며 싸우는 게 아니라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창문과 문은 사람의 표정처럼 보여 눈길을 끈다.


김명식, '이스트 사이드(East Side) 17-B03'. 캔버스에 오일, 72.7 x 60.6cm. 2017.

“화면에 나오는 집들은 모두 인격화된 집이에요. 백인은 흰색, 흑인은 검은색 집 등으로 등장해요. 결국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화면 속 집들은 함께 모여, 다채로운 색을 뽐내며 어울려요. 누구 하나 떨어져 있지 않고 화합하죠. 저는 이런 집의 모습처럼 사람들이 화목, 화합할 수 있기를 바랐어요. 행복의 출발점은 바로 집이에요. 집 안의 가족 구성원이 행복해야 밖에서 일도 즐겁게 할 수 있고, 이 행복이 결국 사회에 영향을 주죠. 저는 단순히 그냥 집의 형태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초록빛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작가는 2015년 동아대학교 예술대학을 정년퇴직 한 뒤 용인 전원 속에 새로 작업실을 마련했다. 작업실 주변 환경은 초록빛이 만연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새 생명이 싹트는 봄의 생생한 푸름이 느껴졌고, 최근엔 여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이 싱그러운 느낌이 화면에 가득 담겼다. 실제 그가 보여준 사진을 보니 화면과 같이 청량감을 내뿜는 색이 가득했다.


“생각과 이념의 차이로 분열과 갈등이 많은 세상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서로 화합해야 살아갈 수 있어요. 옹기종기 모여 아름다운 마을, 나라를 구성하는 집들처럼 우리가 희망의 색을 갖길 바랍니다.”


김명식 작가.(사진=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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