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다른 사람의 마음을 ‘톡톡’ 두드리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우선이 될 때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7.11.10 13:08:55

연극 ‘톡톡’ 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존감이 낮고 주눅 든 모습이다. 저마다 강박증을 지닌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늘 숨죽이며 살아 왔다.(사진=연극열전)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자존감과 이기심은 분명 다르다. 자존감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자존감이 너무 높아 자신에게만 너무 집중해 주위를 고려하지 않으면 이기심에 빠지게 된다. 사람들은 자존감과 이기심 사이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여기 독특한 사람들이 한곳에 모였다. 저마다 강박증을 지녔다. 프레드는 시도 때도 없이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오는 뚜렛증후군, 벵상은 머릿속에서 숫자로 계산하는 걸 멈추지 못하는 계산벽을 앓고 있다. 이어 등장한 블랑슈는 질병공포증후군, 마리는 확인강박증, 릴리는 동어반복증, 밥은 선 공포증과 대칭집착증까지 증세가 다양하다. 이들은 강박증 치료의 최고 권위자 스텐 박사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 왔지만, 정작 스텐 박사는 비행기 문제로 오는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


이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다. 자신과 다른 증세의 강박증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이중 그래도 가장 정상”이라고 외치지만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없다.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늘 손가락질 받으며 살아온 그들이었기에 늘 위축된 모습이다. 그래서 이기주의는 꿈도 못 꿔봤을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너무 낮은 자존감 또한 자신에게만 빠져들어 주위를 바라보지 못할 수 있음을 극은 보여준다.


블랑슈는 질병공포증후군을 앓고 있다.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의자를 닦는 등 항상 세균이 눈에 보인다며 공포를 호소한다.(사진=연극열전)

스텐 박사를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은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게임을 할 때도 등장하는 이들의 강박 증세. 하지만 이를 무겁지 않게, 웃음코드로 풀어낸다. 프레드는 게임을 하다 정말 답답할 때 은근슬쩍 진짜 욕을 섞어서 내뱉고, 벵상은 각각 게임머니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이미 계산으로 파악하고 있다. 블랑슈는 주사위를 던질 때 휴지에 싸서 던지고, 마리는 가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집에 가서 벨브를 확인해야 한다고 일어난다. 밥은 자신의 주사위가 선 위에 있는 걸 견디지 못해 얼굴에 핏대를 세우고, 릴리는 말을 반복해 게임 시간이 길어지게 한다.


유쾌한 시간을 보내던 와중 프레드가 고백한다. “이렇게 즐겁게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 게 정말 오랜만”이라며. 그리고 자신에게 “애정 어린 관심을 보여준 사람들도 정말 오랜만”이라고. 이 말에 모두 공감한 이들은 스스로 단체 치료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마음먹는다. 한 사람씩 정해 주인공으로 내세운 뒤 그 사람의 강박증을 치료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으는 것. 늘 중심이 아닌 변두리에 서 있었던 이들이기에 중심에 서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다.


극중 인물들은 함께 모노폴리 게임을 하면서 친밀해진다. 서로를 생각하는 애정 어린 마음이 커지면서 스스로 단체치료를 해보자고 용기를 낸다.(사진=연극열전)

게임을 할 때는 유쾌한 분위기였지만, 만만치 않은 단체 치료에 이들은 지쳐간다. 서로에 대한 미안함 또한 커진다. 그렇게 포기하려는 순간,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강박증을 잊었던 순간들이 발견된다. 바로 자신이 아닌 그 누군가를 간절히 마음속으로 생각했을 때. 낮은 자존감으로 늘 ‘나는 왜 이럴까’ ‘나는 나아질 수 없을 거야’ 자책하며 세상과 자신을 분리시켜 온 이들은 어느새 스스로에게만 빠져든 시간을 보내왔던 것. 하지만 용기를 내서 다른 사람을 생각할 때 변화의 가능성이 있음을 극은 보여준다. ‘나’만 아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나만 아니면 돼!”라는 무한이기주의 코드가 휩쓴 세상에서 ‘톡톡’의 인물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세상을 배려하며, 소통하려는 노력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며 자신만이 위주가 된 세상에서,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모습에 잔잔한 위로를 받았다고나 할까.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알고, 또 자신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고 마음을 ‘톡톡’ 두드린다. 또한 극은 마지막에 반전도 준비했다. 유쾌하게 웃기다가, 함께 서글펐다가, 감동을 느꼈다가 마지막엔 “헉” 하게 된다. 공연은 대학로 TOM2관에서 내년 1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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