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선수촌·공업고등학교서 공예의 꿈을 키운 두 청년

신당창작 아케이드 ‘향유공예’전 열려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7.12.11 17:36:53

예술가는 삶은 어렵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아프고’ ‘배고픈’ 청년 예술가의 삶은 어떨까? 작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전시회를 통해 창작의 결과물을 발표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예술가 지망생들이 작품 제작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문화 기금의 지원을 받으려 해도 ‘경력’이 필요하다. 결국 첫 전시회는 작품 제작, 전시 도록 제작 및 홍보까지 혼자 자비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작품이 팔린다는 보장도 없고,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다보면 작업할 시간은 많이 줄어든다. 결국 반복되는 과정 속 자신감은 사라지고 점점 지치게 된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의 ‘청년예술인 창작지원사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청년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공공지원금 수혜 경력이 없는 39세 이하 또는 데뷔 10년 이하 청년예술인과 단체 약 900명(팀)을 선발해 56억 원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한다. 그 중 신당창작아케이드가 주관하는 공예의 경우 청년 작가 1인당 200만 원의 지원금을 받고, 그 결과물인 ‘향유(享有)공예’ 전시회를 12월 22일까지 씨알콜렉티브, 산울림아트앤크래프트, 디티에이블 등 서울 서교동 3곳의 전시장에서 연다.


이중 특이한 이력의 예술가 두 명이 전시에 참여한다. 바로 중앙대 대학원 도예과 동기인 27세의 청년 공예가 이문혁, 윤정무. 이문혁 작가는 태릉선수촌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앞날이 걱정 없는 운동선수였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부상을 당하고 태릉선수촌을 떠나야 했다. 운동에만 몰두했던 삶에서 평범한 학생으로서의 일상은 견디기 어려웠다. 유도선수였다는 소문에 싸움깨나 한다는 친구들이 시비를 걸어왔고, 학교를 떠나 고시원에 들어가 “혼자 공부하겠다”는 말에 선생님은 “잘 생각했다”고 답했다. 세상에서 버림받은 기분.


이 작가는 고시원에서 멍하니 책상에 앉아 있다가 운동 후 쉬는 시간에 끼적거렸던 습관대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손이 움직이면서 희망도 되살아났지만 다시 한 번 그를 좌절시킨 것은 선천성 색맹이라는 점. 그러나 운동보다 그림을 열심히 그릴 정도로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미술대학에 합격했고, 색맹이라는 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살려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미감을 작품에 활용하고 있다.


윤정무 작가는 강릉의 한 공업고등학교에서 기술을 연마했다. 뛰어난 실력을 보인 그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참여해서 목공예 부문 1등상을 거머쥐고, 강원의 미래지역 인재로 발탁됐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게 되자 그에게는 목표가 생겼고, 마음속으로 꿈꿔왔던 미술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대학에서 만난 두 청년 작가는 과거를 접고 새로운 꿈에 도전했다는 공통점에 친해졌다. 여전히 현실은 녹록치 않았지만 ‘청년예술인 창작지원사업’을 알고 지원한 뒤 둘 다 모두 합격했다. 


이문혁은 이번 전시에서 금속 및 목재에 레진을 조합한 새로운 창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처음에는 색약 때문에 작업이 쉽지 않았다”며 “이런 핸디캡이 오히려 나만의 색감을 표현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앞으로 독창적인 색을 가진 공예작가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윤정무는 본인의 특기인 뛰어난 목공기술을 3D 프린터 및 CNC를 활용한 기술에 접목한 공예 기술을 바탕으로 탄생된 제품을 선보인다.


서울문화재단 주철환 대표이사는 “‘향유공예’전은 이제 막 사회로 발을 내딛는 청년공예작가 58명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선배 기획자 3명의 경험이 어우러져 공예의 다양성을 공유할 수 있는 뜻 깊은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재단은 ‘청년예술인 창작지원사업’을 이어가며 예술가와 시민이 예술을 향유하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1부 ‘향(香)’전이 끝나고 2부 ‘유(有)’전이 시작되는 12월 13일 오후 1시에는 디티에이블과 산울림 아트앤크래프트에서 오화진 섬유공예가, 이종명 목가구 작가, ‘공예+디자인’ 김태완 편집장 등 전시기획자 청년공예작가들과 함께하는 전시장 순회가 진행된다. 3시부터 씨알콜렉티브에서 이어지는 ’아티스트토크‘에서는 청년공예작가들이 전시 출품 작품을 직접 발표하는 자리가 열린다. 이 행사에는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한편 MBC TV ‘나혼자산다’에 미대 오빠 충재 씨가 등장하면서 유명해진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서울문화재단 산하의 예술가 지원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특히 공예 분야에 특화돼 있다. 중앙시장지하상가의 빈 공간을 개조해 작가들에게 제공하며, 청년 작가들의 유입을 통해 전통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목표도 함께 갖고 있다. 작가들에게 개별 작업실 및 공예 작가들에게 필요한 목공실, 도예실 등 시설을 갖춘 공동 작업실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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