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뮤지컬 ‘캣츠’ 인터미션 고양이는 왜 관객에게 손을 안 흔들까?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8.02.07 08:53:29

수많은 고양이들 중 올드 듀터로노미(가운데 위쪽에 서 있는 고양이)는 선지자 고양이로, 인터미션 때 관람객들과의 프리 허그 시간도 가진다.(사진=클립서비스)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뮤지컬 ‘캣츠’의 관람 포인트로 상징곡 ‘메모리’와 더불어 연관 검색어에 뜰 정도로 유명한 게 있다. 바로 ‘인터미션 고양이’.

 

뮤지컬 ‘캣츠’는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의 시집 ‘노련한 고양이에 관한 늙은 주머니쥐의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젤리클 축제에 세상의 고양이들이 모여든다. 고양이들은 한 마리씩 자신의 화려했던 삶을 들려주고, 이들 중 천상으로 보내져 새로 태어날 기회를 얻을 단 한 마리의 고양이가 최종 선택된다.

 

공연에는 정말 다양한 고양이가 등장한다. 절대로 남의 말을 듣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만 하지만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제멋대로 고양이 럼 텀 터거, 과거 최고의 스타였으나 지금은 나이가 든 거스, 야간 우편열차를 타면 만날 수 있는 철도고양이 스킴블샹크스, 풍채 좋은 신사 고양이 버스토퍼 존스, 2인조 악당 고양이 문고제리와 룸펠티저, 매혹적인 고양이었지만 지금은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그리자벨라, 화려한 마술을 선보이는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등…. 이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다 열거하자면 한참 걸린다.

 

뮤지컬 ‘캣츠’ 속 배우들은 자신을 인간이 아닌 고양이로 여기며 몰입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갑자기 관객석에서 등장하기도 한다.(사진=클립서비스)

 

‘캣츠’는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을 구성하기보다는 이 다양한 고양이들의 모습에 우리네 삶을 투영하며 공감대를 이끌어가는 데 주력한다. 이 각양각색 정신 산만한 고양이들 속 중심을 잡는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로노미. 천상으로 보내질 고양이를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고양이이기도 하다.

 

올드 듀터로노미는 고양이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으며 사랑받는데, 관객들에게도 유독 사랑받는 걸로 유명하다. 그가 바로 그 유명한 ‘인터미션 고양이’다. ‘캣츠’는 공연 관람 포인트로 인터미션이 꼭 이야기된다. 인터미션은 배우와 관람객이 모두 한 템포 쉬어가는 타임으로, 일반적으로는 약 15~20분의 시간 동안 바깥에 나갔다 오거나 의자에 앉아 있거나 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캣츠’ 인터미션 시간 때는 줄을 서는 진풍경이 이어진다. 올드 듀터로노미를 만나기 위해서. 현재 공연되고 있는 ‘캣츠’는 오리지널 퀄리티는 유지한 채 메이크업 및 의상 등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새로운 버전으로, 지난해 아시아 첫 무대로 한국에 찾아왔다. 과거 버전에서는 인터미션 시간 때 올드 듀터로노미가 무대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으나, 이번 공연에서는 직접 관객석에 슬그머니 나와 관객들을 안아주는 프리 허그 시간을 갖고 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장면들이 있다. 올드 듀터로노미를 만나고 온 한 관람객은 “인사하려고 말을 건넸는데 대답은 안 하고 계속 ‘야옹야옹’ 울기만 한다”고 말했다. 그 옆의 관람객은 객석에서 인터미션 시간 때 올드 듀터로노미를 향해 계속 손을 흔들었으나 그 모습을 본 올드 듀터로노미는 같이 손을 흔들어주지 않고 그저 멀뚱멀뚱 지켜봤다.

 

뮤지컬 ‘캣츠’는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의 시집 ‘노련한 고양이에 관한 늙은 주머니쥐의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극에는 각양각색의 삶을 산 고양이들이 등장한다.(사진=클립서비스)

 

왜 응답이 없을까? 이 궁금증은 ‘캣츠’를 보면서 해결된다. ‘캣츠’는 특히 배우들에게 완벽한 고양이가 될 것을 요구하는 공연으로 알려졌다. 배우들은 고양이 분장을 배워 직접 자신을 꾸미고, ‘캣츠’ 공연 내내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장면이 아닐 때도 끊임없이 몸을 단장하거나 기지개를 켜는 등 고양이로서의 행동을 보여준다. 그래서 한 고양이를 정해놓고 계속 그 고양이를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게 ‘캣츠’의 공공연한 관람 포인트다. 그만큼 가지각색의 고양이를 무대에서 볼 수 있다.

 

인터미션 때 관객 응대(?)를 하기는 하지만 올드 듀터로노미 또한 고양이다. 그래서 극 전반부에 고양이로서 등장했던 흐름을 깨지 않기 위해 인터미션 때도 고양이로서 관람객들을 만난다. 쓰다듬어 달라고 “야옹야옹” 거리며 애교를 부리는가 하면, 자신을 힘껏 안아주는 관람객들의 머리를 헤집는 등 고양이 같은 짓궂은 장난을 하기도 한다. 결국 관람객의 인사에 대답하지 않고,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도 가만히 있었던 건 그가 인간, 또는 고양이를 연기하는 배우가 아닌 온전히 고양이 올드 듀터로노미로서 공연장에 존재하기 때문. 배우들의 대단한 몰입 과정이 느껴지는 지점이다.

 

행복한 이벤트와도 같은 인터미션 시간을 통해 관람객은 ‘캣츠’ 속 고양이들에 더욱 애정을 갖고 후반부의 공연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인터미션 시간 뿐 아니라 공연 시간 때 무대에 뛰어드는 고양이들을 진짜 고양이로 바라보면서 공연에 함께 몰입하고, 이들에게 아낌없는 애정을 쏟아 준다면 ‘캣츠’를 보는 시간은 더욱 즐거워질 수 있다.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월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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