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신과 함께’ 속 “신이세요?”의 의미

처벌과 구원 그 사이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8.04.05 16:36:59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에서 저승의 국선변호사 진기한(맨 앞, 조형균 분)은 중생의 구원을 목적으로 한 지장로스쿨의 우수졸업생으로, 김자홍을 변호하게 된다.(사진=서울예술단)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_저승편’이 돌아왔다. 초연과 재연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주호민 작가의 원작 웹툰이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았었기에 공연화 소식에 많은 관심이 쏠렸었다. 사후의 세계에서 49일 동안 벌어지는 재판 이야기를 다루기에 7개의 지옥이 어떻게 무대에 시각화될지가 관심사였다. 2015년 초연 때 LED스크린을 사용한 입체적인 무대가 호평 받으며 객석 점유율 99%를 기록했고, 이후 2017년 재연 또한 99.7%의 객석 점유율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엔 삼연.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초연 때는 원작을 아는 팬들이 많긴 했지만 어느 정도 한정적이었던 것도 사실. 그런데 지난해 말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신과 함께’가 개봉하고 14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이른바 국민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그래서 초연 땐 원작의 팬들이 공연을 주로 찾아왔다면, 이번 삼연엔 영화를 본 뒤 원작과 공연을 찾아보는 경우도 많다. 결국 삼연은 원작과 영화와의 비교 모두 피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이 가운데 공연 ‘신과 함께’는 원작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영화 버전은 원작의 주요 토대를 따르기는 했지만, 이 외에는 다른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많은 변화를 줬다. 김자홍과 원귀가 형제라는 설정이 새로 생겼고, 이들의 가족애에 주목했다. 특히 중요 캐릭터인 진기한 변호사가 저승차사 강림 캐릭터에 합쳐진 부분은 원작 팬들의 원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영화 나름대로의 매력을 살려 1400만 관객 돌파라는 성과를 거두며 사랑 받았지만 원작의 시각화는 공연이 더 탁월한 느낌이다.

 

저승차사인 강림(서경수 분)은 염라대왕의 사람으로, 죄를 지은 사람에게 특히 분노하는 모습을 보인다.(사진=서울예술단)

그런데 이번에 공연을 보면서 특히 귀에 들어온 대사가 있다. 극에서는 억울한 죽음을 맞은 원귀가 저승차사 강림, 해원맥, 덕춘과 동행하고, 지극히도 평범하게 살다가 서른아홉 나이에 죽은 김자홍은 사후 세계에서 자신의 변호를 맡은 진기한과 동행한다.

 

처음에 강림은 원귀를 저승으로 끌고 가려 한다. 하지만 원귀가 갑작스럽게 억울한 죽음을 맞아 어머니에게 제대로 작별인사도 못했다는 것을 알자, 어머니와 꿈속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원귀를 돕는다. 그리고 원귀를 죽게 만든 장본인을 찾아가 엄벌을 내린다.

 

진기한은 저승의 국선 변호사다. 그는 김자홍을 돕기 위해 생전 김자홍의 삶을 치열하게 살펴보고 연구한다. 부모보다 먼저 죽음을 맞은 김자홍이 통한의 눈물을 쏟을 때도 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변호한다. 진기한의 활약으로 김자홍은 재판을 하나씩 통과한다.

저승차사 3인방 강림, 해원맥, 덕축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임무를 맡고 있다.(사진=서울예술단)

원귀와 김자홍에게 강림과 진기한은 자신을 구원해준 특별하고 고마운 존재다. 그래서 내뱉는 외마디가 “신이세요?”다. 그런데 강림과 진기한은 대립적인 위치에 있다. 염라대왕은 생전 죄를 지었으면 응당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강림에게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오게 하는 역할을 맡긴다. 즉 강림은 염라대왕의 사람이다. 강림 또한 구원보다는 처벌에 익숙하다. 죄를 지은 사람을 당장 저승으로 데려오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한다.

 

이 가운데 지장보살은 염라대왕의 사상에 반대한다. 지장보살은 처벌만으로는 진정한 교화와 구원이 없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옥에 넘쳐나는 중생을 구하기 위해 지장로스쿨을 세운다. 진기한은 지장로스쿨의 우수 졸업생이다. 자신을 변호할 힘이 없는 착한 인간을 돕겠다는 사명감을 지닌 진기한에게 중요한 가치는 구원이다.

 

저승에서 처벌과 구원은 대립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강림을 비롯해 7개의 지옥 관문을 지키는 진광대왕, 초광대왕, 송제대왕, 오관대왕, 염라대왕, 변성대왕, 태산대왕은 저승에 온 사람들에게 벌을 내리기 위해 죄 하나하나를 철두철미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진기한은 이에 맞서 김자홍을 지켜낸다.

 

진기한(왼쪽, 조형균 분)과 김자홍(이창용 분)은 49일 동안 저승에서 벌어지는 험난한 재판 과정을 함께 헤쳐나간다.(사진=서울예술단)

그런데 대립적으로만 보였던 처벌과 구원이 강림과 진기한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화합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원귀에게는 억울한 죽음을 풀기 위한 강림의 처벌이 바로 구원이었고, 김자홍은 진기한과 지옥의 관문 하나하나를 통과할 때마다 처벌의 현장을 함께 목격하며 자신의 죄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대립적인 위치에 있던 강림과 진기한은 동시에 “신이세요?”라는 말을 듣는다.

 

극의 말미에 이르러서는 진기한과 강림의 짧은 만남이 이뤄진다. 원작과 영화에서는 없었던 장면이다. 진기한과 강림이 서로에게 보내는 가벼운 인사는 오로지 처벌만이, 또는 구원만이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가 적절히 공존해야만 진정으로 올바른 세상으로 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신과 함께’ 동행한 김자홍, 원귀의 외마디가 진기한과 강림에게도 변화를 끼친 듯하다. 공연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4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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