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뉴스] 샤갈의 사랑과 영혼을 전하는 두 대형 전시

‘샤갈 러브 앤 라이프’전과 ‘영혼의 정원’전 열려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8.06.15 15:24:41

(CNB저널 = 김금영 기자)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로 꼽히는 마르크 샤갈이 올 여름 국내 미술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샤갈 러브 앤 라이프’전과 ‘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전이 샤갈의 작품 세계를 소개 중이다.

 

샤갈의 그림 일기 같은 전시
‘샤갈 러브 앤 라이프’전

 

'샤갈 러브 앤 라이프' 전시장 모습.(사진=김금영 기자)

“샤갈의 그림 일기와도 같은 전시다.” 국립 이스라엘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소렉 로닛은 전시를 이렇게 설명했다. ‘샤갈 러브 앤 라이프’전은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대인 문화 예술 수집품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 이스라엘 미술관이 기획한 컬렉션 전시다. 앞서 2015~2016년 이탈리아 로마와 카타니아에서 열린 전시에서 총 30만 명의 누적 관람객을 기록했고 이번엔 한국을 찾았다.

 

전시는 샤갈의 북 일러스트레이션(삽화)에 초점을 맞춰 그의 미술과 문학, 언어, 콘텐츠 간의 관계를 집중 조명한다. 특히 이번 전시를 구성하는 작품들은 샤갈과 그의 딸 이다가 직접 기증하거나 세계 각지의 후원자들로부터 기증받은 것들이어서 눈길을 끈다. 회화, 판화, 삽화, 태피스트리,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150여 점이 전시된다.

 

마르크 샤갈, '사랑하는 연인들과 꽃'. 컬러 리소그래피, 649 x 481mm. 1949. The Israel Museum, Jerusalem by EliePosner©ADAGP, Paris – SACK, Seoul, 2018, Chagall®

소렉 로닛은 “샤갈과 국립 이스라엘 미술관과의 관계는 특별하다”며 “수많은 유대인 예술가들이 19세기와 20세기를 풍미했는데, 샤갈만큼 뛰어난 화가는 몇 명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를 뿌리 깊은 유대인이라 공표하며 활동했던 예술가 또한 많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1887년 러시아 제국 비테프스크 지방의 한 가난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샤갈은 이스라엘에 특별한 애착을 지녔고, 이 애착은 딸에까지 이어졌다. 딸과 함께 수차례 이스라엘 미술관을 방문했고, 미술관은 1936년부터 샤갈의 작품을 수집했다”며 “이번 전시는 샤갈을 알고 그의 가치를 믿은 사람들이 수집했다가 기증한 작품들로 구성돼, 샤갈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과 더불어 샤갈의 삶을 오롯이 느껴볼 수 있는 자리”라고 덧붙였다.

 

마르크 샤갈, '연인들'. 종이에 구아슈, 먹, 와시, 수채, 530 x 470mm. 1954-55. The Israel Museum Jerusalem by Avshalom Avital©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Chagall®

전시는 ‘초상화’ ‘나의 인생’ ‘연인들’ ‘성서’ ‘죽은 혼’ ‘라퐁텐의 우화’ ‘벨라의 책’까지 총 7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비테프스크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유대인으로서의 샤갈부터 러시아를 떠나 베를린, 파리, 미국을 돌며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죽는 날까지 고향 비테프스크를 그리워했던 샤갈의 삶, 그리고 첫 번째 부인 벨라에 대한 크나큰 사랑이 그의 작품 세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시가 주목한 건 샤갈이 항상 가슴에 품고 있었던 희망과 사랑이다. 소렉 로닛은 “샤갈은 고흐나 고갱, 잭슨 플록과 같이 ‘예술가’ 하면 떠오르는 고독한 천재들과는 다른 삶을 살았다. 그는 전쟁과 유대인 박해를 겪었고 삶은 지독하리만큼 고달프고 가난했으나 사랑을 하면서 늘 행복을 느꼈다”며 “부인 벨라가 때 이른 죽음을 맞았을 때도 삶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삶의 기쁨과 사랑을 작품에서 노래했다. 그의 작품에는 낙천주의와 천진함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마르크 샤갈, '연인들'. 캔버스에 유채, 108 x 85cm. 1937. The Israel Museum, Jerusalem by AvshalomAvital©ADAGP, Paris – SACK, Seoul, 2018, Chagall®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연인들’(1937) ‘사랑하는 연인들과 꽃’(1949) 등에서도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연인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또한 가족들의 초상화부터 성서 속 인물들을 그린 작품들은 샤갈이 성장하면서 현대의 사건들에 이르는 유대인 역사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반영했는지 보여준다.

 

소렉 로닛은 “샤갈은 ‘우리 인생에서 삶과 예술에 의미를 주는 단 한 가지 색은 바로 사랑의 색’이라고 말했다. 사랑을 통해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한 샤갈의 의도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줬다”며 “샤갈의 ‘나와 마을’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 한국의 시인 김춘수가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라는 시를 짓는 등 그의 작품은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낭만적인 시각을 자극하는 역할도 했다”고 말했다.

 

마르크 샤갈, '비테프스크 위에서'. 판지에 구아슈, 수채, 흑연, 크레용, 515 x 643 mm. 연도 미상. The Israel Museum Jerusalem by AvshalomAvital©ADAGP, Paris – SACK, Seoul, 2018, Chagall®

소렉 로닛은 ‘비테프스크 위에서’를 꼭 봐야 할 작품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고향을 그리워한 샤갈의 어린 시절 감성을 오롯이 담은 작품이다. 소렉 로닛은 “유대인 박해의 힘든 삶 속에도 샤갈이 빚어낸 희망의 메시지는 현대 사회 속 각자 어려운 상황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할 것”이라며 “샤갈의 삶을 그림 일기처럼 접근할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샤갈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9월 26일까지.

 

총 260여 점 작품 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
‘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전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전이 열리고 있다.(사진=M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에 주목하는 전시 ‘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전이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르 메르디앙 서울)에서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총 260여 점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다.

 

전시는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4개국의 개인 컬렉터 7명의 소장품 총 238점의 원화 작품과 20여 점의 책자로 구성된다. 이중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은 25점이다.

 

'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전에는 총 26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사진=M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전시는 크게 4개 섹션으로 나눠진다. 제 1부 ‘꿈, 우화, 종교’(136점)는 종교적 상징주의와 낭만주의로 가득한 샤갈의 작품 세계를 다룬다. 러시아 혁명을 겪은 뒤 파리로 돌아온 샤갈의 20대부터 미국으로 강제 추방된 시간을 거쳐 프랑스로 돌아간 50대까지의 인생관과 작품 세계를 투영한 140여 점의 초기작과 동판화적 기법과 기교가 돋보이는 성서 시리즈, 수작업으로 완성한 채색 에칭 기법의 라퐁텐 우화 시리즈를 볼 수 있다.

 

이 섹션에서 소개되는 샤갈의 작품들은 색의 강도와 톤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색채의 마술사’라는 명성에 걸맞은 강렬한 빨강, 파랑, 노랑, 녹색 계열의 색들은 각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관람객을 샤갈의 세계로 인도한다.

 

마르크 샤갈, '러시아 마을'. 캔버스에 유체, 73 x 92cm. 1929.  Private Collection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Chagall ®

제 2부 ‘전쟁과 피난’(17점)은 전쟁과 이주 등 연속적인 고통의 상황에서도 인생에 대한 희망과 사랑을 잃지 않은 샤갈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본다. 생전 두 번의 전쟁과 러시아의 10월 혁명을 겪은 샤갈의 인생은 전쟁과 피난의 연속이었다. 전쟁으로 인한 공포를 흑백의 작품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샤갈의 친구이자 작가인 앙드레 말로가 스페인 시민전쟁 당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대지에서’ 속 삽화들은 샤갈이 고통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제 3부 ‘시의 여정’(76점)은 ‘화가의 날개를 단 시인’이라고 불리던 샤갈의 가장 널리 알려진 주제인 꽃과 꿈, 서커스를 포함한 초현실주의적인 작업들을 소개한다. 예술적인 발전을 이룩한 1950년대 이후부터 말년까지 샤갈의 관심사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프랑스로 돌아와 프로방스에서의 새 삶을 시작하면서 샤갈이 느낀 감정들이 천상의 색으로 발현돼 작품 속에 녹아들었다. 희로애락이 담긴 인생의 단면을 담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 샤갈의 주요 석판화 시리즈, 문학에 대한 열정을 목판화로 담아낸 시-삽화 시리즈, 발표되자마자 매진될 정도의 인기작이자 판화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담은 샤갈의 아틀리에 포트폴리오집이 전시된다.

 

마르크 샤갈, '보라색 수탉'. 캔버스에 유채, 구아슈, 잉크, 89.3 × 78.3cm. 1966-72. Private Collection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Chagall ®

제 4부 ‘사랑’(9점)은 샤갈이 중요시했던 사랑을 다룬 작품들과 그의 개인적인 러브스토리로 구성된다. 샤갈의 영원한 동반자 벨라와의 사랑이 화가의 작품 속에서 어떻게 표현됐는지 살펴볼 수 있다. 아내를 향한 화가의 헌신적이고 성숙한 사랑은 그녀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돼 생의 마지막까지 화폭에 담겼다.

 

이밖에 영상 등 다양한 미디어로 풀어낸 샤갈의 일부를 전시장 내부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샤갈의 작업실을 재현해 판화 체험이 가능한 ‘샤갈의 공방’이 마련됐다.

 

마르크 샤갈, '바바의 초상화'. 판지에 유채, 27 x 22cm. 1953-56. Private Collection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Chagall ®

전시를 기획한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 강필웅 관장은 “이번 전시는 80년 넘게 그림을 그리고 생이 다한 그날까지도 작업을 멈추지 않았던 마르크 샤갈의 희로애락이 담긴 인생 여정을 따라간다”며 “샤갈의 작품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내면의 정원을 들여다보는 기회로, 개인의 인생을 고찰하는 힐링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전시는 8월 18일까지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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