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한 포기부터 격렬한 시위 현장까지 담은 홍진훤의 화면

아트 스페이스 풀서 개인전 ‘랜덤 포레스트’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8.07.20 08:42:51

홍진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 한림공원, 제주’. 디지털 프린트. 2016.(사진=아트 스페이스 풀)

사회에 대해 발언하고 기록하는 사진가들의 목소리는 대체로 비슷할까? 아트 스페이스 풀(디렉터 안소현)은 8월 5일까지 홍진훤 개인전 ‘랜덤 포레스트(Random Forest)’를 연다.

 

사진가 홍진훤의 목소리는 이채롭다. 그는 ‘임시풍경’ ‘붉은, 초록’ ‘쓰기금지모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등 사진 연작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개발과 속도의 논리, 고립된 공간을 통해 점선처럼 이어지는 비극의 역사, 강제 이주의 잔흔, 그리고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농민 사건 등 현장의 모습을 꾸준히 기록해 왔다. 그의 사진은 기본적으로는 다큐멘터리의 성격을 가진 가운데 흐린 하늘과 사람의 부재를 특징으로 하는 숨 막히는 고요함과 잔상을 강제하는 묘한 이미지로 자신만의 사진 언어를 만들어 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홍진훤은 사진이 보는 이를 끌고 가는 ‘힘의 유형’을 제시한다. 그동안 작가의 하드에 보관돼 있던 수많은 사진들을 무작위로 보일 만큼 다양하게 한자리에 모아놓았다. 그러나 각 전시실은 제각기 ‘사진적 논리’를 갖고 있다.

 

홍진훤, ‘운수 좋은 날’. 디지털 프린트. 2017.(사진=아트 스페이스 풀)

첫 번째 방에 걸린 사진들은 당장 읽어낼 수 있는 정보 값이 거의 없어서 가벼운 풍경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담담하게 기록한 작가 노트가 묻어놓은 지뢰를 터트리듯 각 장면이 품은 무거운 현실을 불러낸다. 또한 이 방 한가운데 도열한 1000여 장의 사진들은 풀 한 포기부터 격렬한 시위의 현장까지 현실의 스펙트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또 다른 방에는 장소를 불문하고 작가가 찍어 온 나무와 풀숲의 사진들이 군락을 이룬다. 이것들은 평범한 자연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사진가의 눈을 통해 긴 세월의 역사적 목격자가 된다. 마지막 방의 사진들은 보다 직접적인 단서들을 노출할 뿐 아니라, 사진 자체의 물성과 배치를 통해 좀 더 강한 외침을 만든다. 이번 전시에는 근무 중 사망한 대형 마트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은 신작도 공개된다.

 

이렇게 수많은 사진들로 의미를 구조화하는 방식은 전시의 제목에 압축됐다. ‘랜덤 포레스트’ 는 기계 학습의 용어로, 의사 결정의 ‘트리’ 구조를 다양화하고 임의로 학습하는 방식, 즉 수많은 나무로 구성된 숲을 연상시키는 방식이다.

 

아트 스페이스 풀 측은 “카메라 프레임 안에 우연히 개입한 요소를 받아들이고, 수많은 사진을 분류하고 선별하면서 어떤 의미 체계가 가능할까를 묻는 사진가의 눈은 랜덤한 정보들 사이를 반복해서 돌아다니면서 소통을 위한 정합성을 찾는 기계의 눈과 닮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것은 현장을 찾아 무모할 정도로 하염없이 사진을 찍어대지만, ‘지금여기’ 공간을 공동 운영하고 ‘더 스크랩’을 공동 기획하고 이미지들을 재구성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소통의 여지를 찾는 기획자 홍진훤의 행보와도 닮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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