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뉴스] 일본 애니계 두 거장을 전시장에서 만나다

신카이 마코토·마츠모토 레이지에 주목한 전시

cnbnews 김금영 2018.08.07 09:26:22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일본 애니계 두 거장이 전시를 통해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너의 이름은.’으로 국내에도 마니아층을 형성한 신카이 마코토, 그리고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작 ‘은하철도 999’ 등을 선보인 마츠모토 레이지의 전시다.

 

대표 작품 6편을 통해 살펴보는
신카이 마코토의 작업 세계

 

신카이 마코토의 대표 작품 6편 '별의 목소리'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을 살펴보는 '신카이 마코토'전.(사진=김금영 기자)

지난해 초 개봉한 ‘너의 이름은.’은 약 365만 명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중 1위를 차지했다. 애니메이션의 인기에 힘입어 그해 여름 ‘너의 이름은.’전이 모나코 스페이스에서 열렸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 이번엔 ‘신카이 마코토’전이 마련됐다.

 

지난해 ‘너의 이름은.’전 기획에도 참여했던 수입사 미디어캐슬의 강상욱 이사는 “2017년 ‘초속 5센티미터’를 시작으로 국내에도 팬층을 확보한 신카이 마코토가 지난해 ‘너의 이름은.’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사랑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흥행 작품인 ‘너의 이름은.’을 주제로 한 전시가 같은 해 열렸다”며 “이번 전시는 ‘너의 이름은.’을 비롯해 신카이 마코토의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폭넓게 작업 세계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한국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180도 와이드 스크린. 전시장 도입부에서 마주하게 되는 공간이다.(사진=김금영 기자)

이번 전시는 아시아의 콘텐츠를 세계 널리 알리는 것을 목표로 기획됐다. 고덕주 아뮤즈코리아 부사장은 “아뮤즈코리아는 최근 몇 년 동안 대만, 상하이, 싱가포르 등에 주목하며 흥미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알리는 것에 힘써 왔다. 그 일환으로 일본에서 만들어진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에 주목했고, 전시를 기획해 지난해 12월 대만에서 첫선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엔 한국에서 전시를 선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년 전 한국 영화 ‘쉬리’가 개봉했을 당시 한국과 일본이 문화 콘텐츠 교류로 서로 친밀감을 형성했다. 이때 좋은 콘텐츠의 힘을 느꼈다. 이번 전시도 좋은 콘텐츠를 알림과 동시에 한국과 일본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초속 5센티미터'의 한 장면이 전시장에 구현됐다. 전시장 전면에 벚꽃이 흩날리는 영상이 나오며 마치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사진=김금영 기자)

신카이 마코토는 2002년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를 1인 제작 시스템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아 당시 평단에 충격을 줬다. 기존의 애니메이션 제작 방법과 유통 환경이 ‘디지털 시대의 애니메이션’이라는 새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임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된 것. 애니메이션의 차세대를 짊어질 주요 인물로 꼽힌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세계를 이번 전시는 6편의 주요 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전시가 특히 신경 쓴 건 시각적인 효과다. 한국 전시에서만 새롭게 선보이는 180도 와이드 스크린을 전시장 도입부에 설치했다.

 

각 대표작마다 작화 자료, 그림 콘티, 장면 컷, 설정 자료, 색채 자료, 미술 자료, 기획서 등을 통해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상세히 보여준다.(사진=김금영 기자)
실제 애니메이션 일부 영상과 전시 포스터 등이 다양하게 배치됐다.(사진=김금영 기자)

전시 연출을 맡은 장현기 웨이즈비 대표는 “개인적으로 신카이 마코토의 팬인데 연출을 맡아 영광”이라며 “앞서 대만에서 열린 전시와는 달리 한국 환경에 맞춰 충분히 시각적인 효과와 더불어 감성을 채울 수 있도록 신경을 기울였다”며 “시각 디자이너, 영상 연출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신카이 마코토의 감성을 전달할 수 있을까’에 집중해 전시장을 꾸렸다”고 연출 주안점을 밝혔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관람객을 위한 공간으로, 전시장 전체에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속 주요 배경이 펼쳐져 눈길을 끈다.

 

이어지는 공간들은 지난해 열렸던 전시와 비슷한 구성이다. ‘별의 목소리’(2002)를 시작으로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2003) ‘초속 5센티미터’(2007) ‘별을 쫓는 아이’(2012) ‘언어의 정원’(2013) ‘너의 이름은.’(2016)까지 시기별로 6편의 대표작들을 순서대로 따라가게 한다.

 

비 오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이 공간은 '언어의 정원'에 등장하는 장면을 현실로 끌어 왔다.(사진=김금영 기자)
작품 속 캐릭터들을 직접 따라 그려볼 수 있는 '스케치존'.(사진=김금영 기자)

각 공간에서는 해당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비롯된 비하인드 스토리 및 작품별 작화 자료, 그림 콘티, 장면 컷, 설정 자료, 색채 자료, 미술 자료, 기획서 등을 통해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상세히 보여준다. 빛과 색을 표현하는 데 있어 작화팀, 미술 배경팀, 색채 설계팀 등이 치밀하게 협력한 과정이 엿보인다.

 

또한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악과 관련해서도 록밴드 래드윔프스(너의 이름은.), 하타 모토히로(언어의 정원), 쿠마키 안리(별을 쫓는 아이), 야마자키 마사요시(초속 5센티미터) 등 OST 참여 뮤지션들을 소개한다. 이밖에 등장인물의 이야기와 인생을 그려낸 영상 광고들도 함께 볼 수 있다.

 

신카이 마코토의 대표작 6편을 한데 아우르는 영상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체험을 좋아하는 관객들을 위한 공간도 구성됐다. 이 또한 한국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으로, 벚꽃이 흩날리는 ‘초속 5센티미터’의 한 장면을 전시장에 구성했다. 전시장 전면에 벚꽃이 흩날리는 영상이 나오며 마치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앞선 180도 와이드 스크린과 벚꽃이 흩날리는 공간이 최첨단 기술을 사용한 영상으로 마련됐다면, ‘언어의 정원’에 등장하는 비 오는 공원의 모습은 아날로그적인 형태로 구성됐다. 애니메이션에 나온 공원 속 정자, 그리고 주요 소재인 신발이 설치됐고, 비 오는 소리가 공간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도록 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관람객들이 가장 주목할 포토존이다. 지난해 ‘너의 이름은.’전에서 관람객들의 호응이 좋았던 스케치존도 다시 마련됐다. 작품 속 캐릭터들을 직접 따라 그려볼 수 있다.

 

신카이 마코토의 히트작 '너의 이름은.' 속 캐릭터들의 대형 피규어가 설치됐다.(사진=김금영 기자)

그리고 전시장 말미에 이르러 신카이 마코토의 대표작 6편을 한데 아우르는 영상을 볼 수 있다. 작품 속 캐릭터들의 주요 대사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내 온 신카이 마코토의 정서가 작품마다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지난해 ‘너의 이름은.’만으로 신카이 마코토를 접했던 관람객들에게는 보다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9월 26일까지.

 

대표작 ‘은하철도 999’ 현대적 재해석으로
마츠모토 레이지에 접근

 

'갤럭시 오디세이전: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전이 열리는 용산 나진상가.(사진=갤럭시 오디세이전)

‘신카이 마코토’전이 감독의 여러 작품을 보여준다면 ‘갤럭시 오디세이전: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전은 마츠모토 레이지의 대표작 ‘은하철도 999’ 하나에 집중한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탄생 8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평범한 전시장을 벗어나 전기전자 및 애니메이션, 게임 시장의 중심인 용산 전자상가에서 10월 30일까지 열린다. 그리고 이 장소의 특색은 발달된 기계 문명과 유한한 인간의 삶을 주제로 다룬 ‘은하철도 999’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신카이 마코토가 일본 애니메이션계 차세대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다면 마츠모토 레이지는 앞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를 이끈 장본인이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해 1954년 ‘꿀벌의 모험’으로 잡지 만화소년의 제1회 장편만화 신인상을 수상했고, 고교 졸업 후 1958년 본격적인 만화가 활동에 돌입했다. ‘은하철도 999’ ‘우주해적 캡틴하록’ ‘천년 여왕’ 등 연속 히트작을 배출했고, 주요 작품이 모두 TV용과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서 70~80년대 SF만화계를 휩쓸었다.

 

웹툰 작가 탐이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에피소드 '레스토랑 999에서 있었던 일'.(사진=갤럭시 오디세이전)

이 중 ‘은하철도 999’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1977~79년 소년킹에 연재됐고, 1978~81년에는 일본 후지 TV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방영된 ‘은하철도 999’는 국내에도 80~90년 방영돼 인기를 끌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은하철도 999’ 이터널 시리즈가 내년 개봉을 목표로 실사 영화 제작 계획 중이다.

 

전시는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 중 가장 흥행한 ‘은하철도 999’를 다루는 동시에 작가의 우주관을 오마주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인다. 퓨처 미디어와 게임 제작을 비롯해 산업용 로보틱스 기술과 미디어테크놀로지에 아트적 접근을 시도해 온 (주)상화가 제작사로 참여했다. 현재까지 만화책과 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이야기들을 가상현실과 로보틱스 등 기술을 이용해 현실로 불러오는 것이 전시의 주요 콘셉트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업실을 구현한 공간.(사진=갤럭시 오디세이전)

전시는 전반적으로 마츠모토 레이지의 64년간의 작업 세계를 소개하는 동시에, 총 10팀의 국내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아우르며 마츠모토 레이지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도 제시한다. 뮤지션 하림, DJ 이디오테잎의 멤버 디구루, 미디어아티스트 송호준, 신남전기, 윤제호, 일러스트레이터 집시, 웹툰 작가 탐이부 등이 참여해 크게 아카이브, 오마주, 체험까지 크게 세 개의 섹션으로 전시를 구성한다.

 

첫 번째 ‘아카이브 섹션’은 마츠모토 레이지의 아카이브룸, 캐릭터룸, 만화룸, 작가의 작업실 등 총 5개의 전시룸을 통해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본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2017 최신작 원화 ‘미래도시’를 포함한 희귀판 클래식 피규어 60여 점, 코믹북, 도서 약 200권, 음반, 게임 물 등 기타 오리지널 컬렉션 약 50점 등이 전시된다. 여기에 웹툰 작가 탐이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에피소드 ‘레스토랑 999에서 있었던 일’을 함께 선보이며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오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실제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한 작가의 작업실도 주목할 만하다.

 

(주)상화RANDI의 '기계백작' 작업.(사진=갤럭시 오디세이전)

두 번째 ‘오마주 섹션’은 만화 속 한 장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국내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중심이다. ▲‘신나는 일상’을 모토로 작업해 온 미디어 아티스트 듀오 신남전기의 ‘MPC 134340 (pluto, 명왕성)’ ▲비주얼 아티스트 유하다 작가의 ‘꽃들의 별’ ▲일러스트레이터 집시의 ‘메텔’ 작업 ▲미디어 아티스트 윤제호 작가의 ‘공간에서 공간으로’ 팝업 전시 등 작가들이 각자의 작업방식으로 바라본 ‘은하철도 999’를 볼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 ‘체험 섹션’은 책과 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은하철도 999의 이야기들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번 전시 공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 디지털 샤워룸 공간부터 인터렉티브 미디어룸, 다프트 펑크 뮤직비디오룸, VR룸, 만화 그리기 체험룸,로보틱스가 구동되는 전시 중앙홀까지 공간이 구성된다. 이 중 미국 뉴욕대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장인표 작가의 ‘갤럭시 X/Y’는 마치 우주공간에 서서 직접 우주를 움직여보는 듯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윤제호 작가의 '공간에서 공간으로' 작업. '은하철도 999' 만화 속 한 장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사진=갤럭시 오디세이전)

또한 국내 전자 음악신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DJ 디구루와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의 VJ룸에서는 사운드에 반응하는 설치미술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상화의 VR팀이 재해석한 은하철도 999호에 탑승해 만화 주인공 메텔, 철이와 함께 우주여행을 떠나는 VR영상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전시장 곳곳에는 뮤지션 하림이 재해석한 배경음악은 ‘은하철도 999’의 테마 장소인 우주에 대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으로 전시장 중앙홀에서 펼쳐지는 길호 작가의 전자회로 영상과 (주)상화, (주)가이텍코리아의로보틱스를 활용한 피지컬 컴퓨팅 아트가 이어진다. 만화를 현대의 최첨단 기술력으로 선보이는 융합 콘텐츠로서의 성격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또한 여기에 인간의 욕심을 경계하며 삶의 유한성을 시사하는 마츠모토 레이지의 세계관을 빼놓지 않았다.

 

김진형 전시 기획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은하철도 999 속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며 “전시회의 부제인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펼쳐져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현재의 기술력을 체험하는 동시에 인간의 유한한 삶을 이야기하는 마츠모토 레이지의 메시지를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인표 작가의 '갤럭시 X/Y'는 마치 우주공간에 서서 직접 우주를 움직여보는 듯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사진=갤럭시 오디세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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