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현 작가, 갤러리에 야생화를 꽃피우다

갤러리조은 초대전 ‘메밀꽃 필 무렵 – 블로썸(Blossom)’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8.09.11 11:38:28

전병현, ‘블로썸(Blossom)’. 캔버스에 오일, 91 x 117cm. 2006.(사진=갤러리조은)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이효석 소설‘메밀꽃 필 무렵’  중)

 

9월, 청렴한 가을 달빛 아래 하얗게 펼쳐지는 메밀꽃의 개화 시기가 갤러리에도 찾아왔다. 갤러리조은의 개관전을 장식했던 작가 전병현이 3년 만에 돌아왔다. 12년 동안 작업해 온 미공개작 ‘블로썸(Blossom)’ 시리즈를 들고 한남동 갤러리조은에서 초대전 ‘메밀꽃 필 무렵 – 블로썸(Blossom)’을 연다.
 

전병현, ‘블로썸(Blossom)’. 캔버스에 오일, 45.5 x 52.5cm. 2018.(사진=갤러리조은)

가을은 1년 중 가장 큰 달을 볼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작가는 가을의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들판을 바로 캔버스로 고스란히 옮겨온 듯 아름다운 야생화를 담은 작품 24점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작가 특유의 굵직한 마티에르(질감)는 야생화의 생명력을 부각시키며, 다채로운 색채로 만개한 꽃의 모습을 그려내 갤러리에서 가을을 만끽하는 느낌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2006년 작(作)부터 2018년 신작에 이르기까지 일기처럼 작업해 숨겨둔 작품들을 12년 만에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작가는 한국적 정서를 뿌리에 두고 그림을 그린다. 고등학교 졸업 후 제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고졸 학력자로는 처음 대상을 거머쥐었고, 이듬해 2회에서도 연이어 수상한 이력이 있다. 이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서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국내로 돌아와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실험하면서 추상과 구상,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독창적인 작업을 해 왔다.

 

전병현, ‘블로썸(Blossom)’. 캔버스에 오일, 100 x100cm. 2006.(사진=갤러리조은)

그의 작업의 주된 모티브는 자연이다. 대표적인 작업으로는 한지의 재료인 닥죽으로 입체감 있게 표현한 ‘블로썸’ 시리즈가 있다. 벽화를 연상시키듯 마티에르가 강조돼 서양화 느낌이 짙지만, 한편으로는 비워진 화면의 공간과 색감에 의해 수묵화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평생을 주제든 표현의 방식이든 하나의 형식으로 수렴되지 않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업들을 이어 온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는 가장 대중적이지만, 그래서 더 어렵다는 ‘꽃’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전병현, ‘블로썸(Blossom)’. 캔버스에 오일, 259 x 162.1cm. 2010.(사진=갤러리조은)

12년 만에 공개되는 작품에 등장하는 ‘꽃’은 생명력을 전달함과 동시에 두껍고 얇게 발라진 물감의 마티에르와 색채의 아스라함이 교차하며 꽃의 강인함과 연약함, 자연의 이중적 에너지를 동시에 드러낸다. 빈틈없는 밀도감과 잠시 시선이 쉬어 갈 수 있는 여백의 미(美)까지, 인위적인 풍경이 아니라 우주의 기운을 담아 생동하는 자연 그대로의 야생화를 표현해 보통의 꽃 그림과 차별화 한다.

 

작가는 “꽃 그림은 제일 무시당하기 쉬운 그림이지만 제일 어려운 그림이기도 하다. 자기만의 개성을 찾기가 힘드니까”라고 말한다. 푸른 숲이 울창한 곳에 그의 작업실이 있다. 곳곳에 불규칙적으로 소박하게 피어난 야생화들은 계절과 함께 그의 작품을 이야기한다. 오늘도 그곳에서 작가는 세상에 없는 꽃을 탄생시키고 있다.

 

전병현, ‘블로썸(Blossom)’. 캔버스에 오일, 90 x100cm, 2006.(사진=갤러리조은)

조은주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서는 비밀의 숲속에 있을 법한 꽃들이 시간과 공간을 해탈한 듯 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작가 스스로 12년이라는 오랜 시간 열지 않은 보석함에서 꺼낸 귀한 작품들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9월, 달빛 아래 하얗게 펼쳐진 메밀꽃의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계절에 숙명적으로 만난 부자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과 같이 개관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준 작가와 갤러리조은의 두 번째 재회이기에 더욱 특별하다”며 “사진으로는 완벽한 재현이 어려운 작가 특유의 기법을 이번 전시에서 감상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갤러리조은에서 9월 13일~10월 13일.

 

전병현, ‘블로썸(Blossom)’. 캔버스에 오일, 90 x100cm. 2006.(사진=갤러리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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