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시체가 냄새를 풍기는 건 장점”이라는 3인의 작가들

아트 스페이스 풀 기획전서 비극적 상황 회피하지 않는 동시대 개인에 주목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9.04.30 13:21:46

조익정, ‘스폿(Spot)’. HD, 169, 칼라, 싱글 채널 비디오, 32분. 2016.(사진=아트 스페이스 풀)

아트 스페이스 풀(디렉터 안소현)은 5월 2일~6월 2일 기획전 ‘사실, 시체가 냄새를 풍기는 것은 장점이다’를 연다. 이번 전시는 집단주의를 공고히 하는 부정적 감정들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그 감정의 대상을 타자화하지 않는 우리 시대의 어떤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전시의 제목은 집단주의의 부정적 감정과 대비되는 독특한 태도를 압축하는 문장으로, 우루과이 출신의 작가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의 소설 ‘빛이 물고기에 미치는 영향’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 화자는 엄청난 불행이나 비극을 마치 냉혈한처럼 설명함으로써 감정에 몰입하지 않지만, 그런 만큼 비극을 회피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나 단념하지 않고, 대단히 개인주의적이지만 필요할 땐 연대한다. 홀로 존재하기를 갈망하나 유대감이 주는 고양된 만족을 이해하고 있다. 전시에 참여한 3인의 작가들은 바로 그런 개인의 모습을 그린다.

 

우한나, ‘마니악스 온 포플스(Maniacs on Popples)’. 혼합매체, 가변설치, 새대가리장군. 2019.(사진=아트 스페이스 풀)

조익정은 지난 2016년 실행했던 3막의 퍼포먼스를 한 편의 영상으로 편집한 작품 ‘스폿’을 소개한다. 후미진 강변을 아지트로 삼는 10대 무리는 그들의 영역에 허락 없이 들어온 외부인(작가, 노인)을 집요하게 공격한다. 통제되지 않는 이들의 적대감은 또 다른 외부인(경찰)의 등장으로 인해 방향을 바꾸고, ‘우리’를 구분 짓던 경계는 흐릿해지거나 서서히 넓어진다. 작가는 모두에게 격렬하고 또 폭력적이었던 인생의 한 시기를 서사극의 형태로 관객 앞에 소환한다.

우한나가 ‘마니악스 온 포플스(Maniacs on Popples)’를 통해 보여주는 군상은 집단 바깥에 머무는 집단, 기괴한 무리다. 신화 속 ‘미친 여자’로 일컬어지는 마이나데스와 80년대 미국 애니메이션 ‘포플스(Popples)’에서 영감을 받았다. 신발, 헌 옷, 옷걸이, 봉제된 천 등을 엮어 제작한 인물들은 서까래, 기둥, 무대 위에 운집해 있지만 서로에게 물들지 않겠다는 듯 있는 힘껏 뽐을 내고 있으며, 색은 다채롭다 못해 현기증을 일으킨다.

 

이해민선, ‘인간’. 종이에 모기피, 노트, 각 21 x 31cm. 2008~2018.(사진=아트 스페이스 풀)

이해민선은 사뭇 대조적인 정서의 작품을 소개한다. ‘사라지는’은 돼지 사료 포대에 머리카락이 짧은 사람, 뚱뚱한 사람, 제모를 하지 않은 사람, 노인이 달리는 모습을 그려 넣은 것이다. 포대의 안쪽은 사료의 기름이 잔뜩 배어 있어 유성 펜으로 그린 드로잉은 시간이 흐를수록 산화한다. 작가는 서서히 사라지는 여성들의 흔적으로 벽면을 가득 채웠다. 2008년 여름부터 2018년 가을까지 11년 동안 진행한 ‘인간’은 모기의 피를 짜내어 그린 것이다. 작업실 동료의 피, 여름날 작가의 팔뚝에서 뽑힌 피를 재빨리 캔버스에 문질렀더니 어느새 주름이 깊은 얼굴의 형태가 갖춰졌다. ‘강풍’의 구호는 전시의 주제를 그대로 관통한다. 플래카드에 커다랗게 뚫린 구멍은 저항에 적당히 타협했음을 암시하지만, 여전히 우리/이곳에/존재한다는 실존적 선언을 가리기엔 역부족이다.

아트 스페이스 풀 측은 “이번 전시에서 우한나, 이해민선, 조익정 작가는 혐오, 불안, 경멸, 수치심 같은 감정을 앞세워 비정상을 규정하고 배척하는 상황을 시각화하고, 그런 상황 이후 개인들의 변화에 주목하는 회화, 영상, 설치 작품들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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