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킴 작가가 자소상(自塑像)으로 세운 마네킹들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서 열 번째 개인전 ‘보이스 오브 하모니’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9.06.04 16:07:28

씨킴 작가.(사진=아라리오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이 10월 13일까지 씨킴의 열 번째 개인전 ‘보이스 오브 하모니’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회화, 조각, 설치, 드로잉, 사진, 비디오, 레디메이드 오브제 등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품 100여 점을 총 망라해 선보인다.

“나는 우연히 나에게 다가온 사물의 아름다움을 소중하게 챙긴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아침식사로 먹은 달걀이 들어 있던 용기나 하얀 플라스틱 숟가락, 마시다 남은 식은 커피와 같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의 오랜 관심사는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재료들이 자신의 손길을 거쳐 하나의 조화로운 상태에 이르는 데 있다. 그리고 화면 안에서 발생하는 우연성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는 작가의 특성상, 작업의 시작은 언제나 오픈 엔딩을 전제로 한다.

 

‘보이스 오브 하모니’전은 씨킴 작가의 회화, 조각, 설치, 드로잉, 사진, 비디오, 레디메이드 오브제 작업을 총망라해 선보인다.(사진=아라리오갤러리)

지난 20년 동안 작가는 토마토, 블루베리, 철가루, 나무, 시멘트, 브론즈,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 바다에서 건져 올린 쓰레기, 잡지, 네온 등 이질적인 재료들의 조합을 끊임없이 실험하며 여기서 일어나는 긴장감, 에너지, 그리고 우연성에 주목해 왔다. 그는 종종 이런 자신의 예술 행위를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서로 다른 악기의 소리를 조율해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데 비유한다. 즉 그의 작업은 작가가 색, 선, 형태, 질감 등 시각적 음표들이 자신의 지휘 체계에 따라 한데 어우러져 나타나는 조화로운 선율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만의 독특한 화음과 질서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커피를 물감처럼 사용해 제작한 회화 연작들을 포함해, 목공용 본드를 미디엄으로 이용한 글루(Glue) 작업, 도끼로 찍어낸 자국이 가득한 알루미늄 패널 등 추상적인 표면을 갖는 회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또한 작업실 바닥의 깔개로 사용해 왔던, 세월의 흔적이 짙게 묻어나는 카펫 위에 수백 개의 일상 용품을 붙여 제작한 6m 길이의 대형 작품과 같은 신작들도 선보인다.

 

전시장 4층에 전시된 마네킹 연작들. 이 마네킹들은 단순한 형상 조각이 아닌 씨킴 작가의 자소상(自塑像) 연장선상에 있다.(사진=아라리오갤러리)

4층에 전시된 마네킹 연작들은 단순한 형상 조각이 아닌 자소상(自塑像)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무수한 셀프 포트레이트 연작을 제작해 온 작가는 2000년대 초반엔 자신의 얼굴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사진과 퍼포먼스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이후의 얼굴형상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뿔테 안경’으로 대체돼 안경을 쓴 사물(빈 박스, 스티로폼, 냉장고 등의 사각형 오브제)의 모습으로 변모돼 왔다. 최근작에서는 버려진 마네킹에 질척한 시멘트로 피부를 입히고 가발과 가면을 씌운 모습이나 그 형상을 다시 브론즈로 캐스팅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자신이 지닌 여러 개의 자아를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로이 꺼내어 쓴다. 마치 컴퓨터 게임 ‘언더테일(Undertale)’에서 플레이어가 보유한 영혼의 색이 바뀌면 그 색의 능력을 쓸 수 있는 것처럼.

아라리오갤러리 측은 “유년 시절, 비 온 뒤 남산에 떠오른 무지개의 영롱하고 조화로운 색에 받은 감동을 오랫동안 작품으로 표현해온 노장 씨킴의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로 하여금 작품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화음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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