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기업] PART 1. 현대작가 6인의 아름다운 ‘순간’, 현대백화점에 모이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아트 바이 더 현대 – 순간을 조각에 담다’전 현장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9.10.28 17:15:15

‘아트 바이 더 현대 – 순간을 조각에 담다’가 열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사진 = 김금영 기자

금방이라도 포효하며 달려 나갈 것 같은 역동적인 동물들의 조각상. 푸른빛, 보라빛 등 다양한 색상의 불빛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동그란 형상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뿜어 눈길을 끈다. 이 인상적인 작품들이 설치된 곳은 미술관, 갤러리가 아닌 백화점이다.

현대백화점이 대형 현대미술관으로 변신했다. 10월 11~31일 무역센터점에서 ‘아트 바이 더 현대(Art x The Hyundai)’ 첫 번째 프로젝트 전시를 여는 것. 현대백화점 측은 “쇼핑 공간을 넘어 창의적 영감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이색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겠다는 취지로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욱장 작가의 ‘긴 여정(A long journey – Polar bears)’ 작품이 설치된 모습. 사진 = 김금영 기자

현대백화점은 기존에 이미 백화점 내부에 ‘갤러리 H’를 운영하면서 매년 150회 정도의 크고 작은 미술 전시회를 열어 왔다. 그런데 갤러리 H가 따로 백화점 내부에 전시를 감상할 공간을 마련했던 것과 달리, ‘아트 바이 더 현대’는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쇼핑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작품을 접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됐다.

백화점 1층에 들어서면 거울과 함께 설치된 정욱장 작가의 ‘긴 여정(A long journey – Polar bearts)’, 2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윤형재 작가의 미디어 작품 ‘아름다운 것들, 빛의 세계’가 설치됐다. 백화점 3층에도 발길이 향하는 곳마다 쇼핑 매장과 작품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부담 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 감상이 주 목적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 속 쇼핑 속 자연스럽게 문화 예술과의 접근성을 높이려 한 현대백화점의 의도가 엿보이는 지점이다.

 

윤형재 작가가 만든 빛의 향연 ‘아름다운 것들, 빛의 세계’ 작품은 백화점 에스컬레이터 쪽에 설치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아트 바이 더 현대’ 첫 번째 프로젝트 전시의 주제는 ‘순간을 조각에 담다’로, 이성옥, 오원영, 오동훈, 이후창, 정욱장, 윤형재 작가가 참여한다. 백화점 1층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정욱장 작가의 작품엔 백화점을 방문한 고객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쏠리고 있었다. 형이상적인 모양을 한 작품 앞뒤로 거울이 설치돼 작품을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친 것. 관람객이 함께 작품이 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풍경이 흥미로웠다.

현대백화점 측은 “긴 다리를 지닌 유기적 형태의 동물을 떠오르게 하는 정욱장 작가의 작품은 동물적이면서도 식물적인 요소를 동시에 지녔다. 이상주의자를 나타내는 긴 다리만큼이나 높고 아득한 먼 이상, 그리고 이상주의자의 운명인 고독 또한 암시하는 등 여러 면모를 보여 준다”며 “이 작품은 여백 또한 돋보이는데, 빈 공간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고 밝혔다.

 

오동훈 작가의 ‘버블 맨(Bubble Man)’이 설치된 백화점 3층. 사진 = 김금영 기자

이어서 윤형재 작가가 만든 빛의 향연 ‘아름다운 것들, 빛의 세계’ 작품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유일한 미디어 작품이기도 하다. 다양한 색채의 구슬과 삼각형의 패턴들이 조화를 이루며 율동을 하듯 화면 위를 떠돌아다닌다. 에스컬레이터로 백화점 내부에서 이동할 때 마주칠 수 있는 이 작품은 잠시 서 있는 에스컬레이터에서조차 예술을 접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백화점 발길 옮기는 곳마다 발견되는 작품들

 

이성옥 작가의 ‘자연의 소리’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곤충을 연상케 하는 모형들이 날아다니는 형태로 설치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3층은 다양한 작품들을 보물찾기를 하듯 백화점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가장 먼저 에스컬레이터로 3층에 올라서는 순간 오동훈 작가의 ‘버블 스토리(Bubble Story)’ 작품이 반긴다. 백화점 내부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과 동행하려는 듯 발걸음을 내딛는 조각의 형태가 역동적이다. 어렸을 때 불고 놀았던 비눗방울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인간 형상을 이룬 듯한 형태가 특히 인상적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오동훈 작가는 건축과 조형의 경계에서 역동성을 확장하는 키네틱 아트에서 구(球)를 변형, 확장하면서 인간과 동물의 형상에 대해 독창적 관점을 표현한다”며 “구형을 반복해서 용접해 몸의 형상을 만든 ‘버블맨’으로 조형적 가치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오동훈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양쪽엔 이성옥, 이후창 작가의 작품이 설치됐다. 이성옥 작가의 ‘자연의 소리’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곤충을 연상케 하는 모형들이 날아다니는 형태로 설치됐다. 현대백화점 측은 “매달려 있는 일련의 곤충에서 착안된 이성옥 작가의 작품 ‘사운드 오브 네이처(Sound of Nature)’는, 인간이 광범위하게 손상시킨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소망을 담았다”며 “이 작품에서 반사작용이 이뤄지는 표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환경과의 관계를 생각하도록 이끈다”고 밝혔다.

 

이후창 작가의 작품 ‘언제나 푸른 내일’엔 다양한 색의 빛이 계속해서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후창 작가의 작업은 신비로운 빛을 내뿜는다. 여러 원형 형태의 조각이 뭉쳐 하늘로 향하듯 고개를 세운 작품에 계속해서 다양한 색상의 빛이 들어오는 걸 보고 있으면, 마치 조각이 숨을 쉬는 것 같다. 현대백화점 측은 “이후창 작가의 작품 ‘언제나 푸른 내일’은 언제나 푸름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모티브로 착안해 조각과 네온을 활용했다”며 “이 작품을 비롯해 끊임없이 순환하는 원의 형태가 모인 ‘일루전(Illusion)’ 시리즈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오원영 작가의 작품은 보자마자 화려한 모습에 탄성이 나온다. 그의 작품 ‘헤르메스의 썰매’는 위풍당당한 행진을 하는 모양새다. 금빛, 은빛의 용맹한 동물들이 끄는 화려한 썰매 위에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타고 즐거워하고 있다. 백화점 내부를 돌아다니다 마치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은 이 작품은 보는 이에게 즐거운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현대백화점 측은 “오원영 작가는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을 재현하며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작품 속 아이들은 지극히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존재들로, 인위적으로 순수를 조작하지 않는다. 그런 원초적 ‘순수’가 작품에서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드러난다”고 밝혔다. 작가 6인의 아름다운 작품의 ‘순간’들이 백화점이라는 한 공간에 모여 흥미로운 시간을 만들어냈다.

 

오원영 작가의 작품 ‘헤르메스의 썰매’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원초적인 순수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전문적인 전시 공간이 아닌 백화점에서 전시가 이뤄지다보니 관람객들의 반응이 다양했다. 백화점을 찾은 김지영(34) 씨는 “쇼핑을 하러 왔다가 곳곳에 설치된 작품들을 보니 흥미로웠다. 다양한 형태의 조각상들이 백화점에 설치됐는데, 백화점 분위기에도 이질감 없이 잘 맞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미술을 공부했다는 박하영(26) 씨는 “참여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이 있어서 전시를 보러 찾아왔다. 평소 작품을 보던 갤러리, 미술관과 다른 분위기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다양한 장소에서 색다른 전시를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전시와 연계해 10월 20일 무역센터점에서 작가와 고객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아트 토크’도 진행했다. 이후창 작가의 작품 세계와 ‘일상생활의 환경조각’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현대백화점 측은 “일상 속 쇼핑 공간에서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예술 작품을 통해 즐거운 감성을 느끼게 하고자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며 “초대작가들의 최근 대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예술 체험을 백화점에서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 목동점, 미아점, 대구점, 충청점 등 8개 점포에서 ‘갤러리 H’를 운영하면서 매년 150회 정도의 크고 작은 미술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판교점 5층에는 기업이 만든 국내 첫 어린이 대상 정부등록 1종 미술관인 ‘현대어린이책미술관’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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