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갤러리 (55) 작가 이완] “코로나19 이전 美 되살릴 큰힘이 예술에 있다”

다아트 이문정 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기자 2020.10.29 13:14:35

(문화경제 = 이문정 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아래는 작가 이완과의 대화 내용이다.

- 가장 최근의 활동부터 이야기해보겠다. 얼마 전인 10월 9일부터 13일까지 최두수 작가/디렉터와 함께 공동감독으로 유니온아트페어를 진행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여러 면에서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올해 특히 신경을 썼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올해 유니온아트페어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안전이었다.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문래동에 있는 7개의 예술 공간(대안예술공간이포, 스페이스나인, 스페이스엑스엑스, 상업화랑, 이완스튜디오, 아츠스테이, 진마이어슨스튜디오)이 함께 했고, 총 참여 작가는 90명이었다. 코로나19로 기존의 전시 방식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는데, 그동안 지속되었던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시장을 방문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버추얼 갤러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 작가 이완에게 유니온아트페어가 갖는 의미가 있다면 무엇인가? 벌써 5회째다.

유니온아트페어에는 공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나도 한국의 수많은 미술 작가 중 한 명이기 때문에 한국 미술계의 작업 환경과 미술계 시스템에 무엇이 필요한지, 열악한 상황을 어떻게 개선하고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한국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전시 기회나 작품 판매의 기회가 부족하다든지, 작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든지, 이런 상황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 나온 결과가 유니온아트페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작가들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껴서 계속하고 있다. 전시 현장에서 작가들이 보완할 수 있는 지점이 무엇인지를 계속 생각하고 있다.
 

‘유니온아트페어’ 전시 전경, 이완스튜디오, 2020

- 매번 쉽지 않은 길을 가는데 끝까지 관철한다. 개인으로 하는 작업과 공동의 프로젝트 모두 그렇다. 그 원동력, 에너지는 무엇인가?

일단은 재미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미술을 사랑하고 나의 직업을 사랑하니까. 미술계에 처음 데뷔하고 활동을 시작했을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신진 작가에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잘 알고 있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작업을 하는 작가로서 나 개인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내가 활동하는 이 판의 환경 자체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과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부터 계속 고민해왔다. 그래서 ‘우리가 세상을 좀 바꿔보자, 예술가들이 훨씬 더 활동하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자, 우리가 갖고 있는 각자만의 의미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해보자’는 생각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에 동참하는 작가들은 하나의 이데올로기나 이념, 사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각자의 정체성과 개성을 존중하고, 참여하는 모든 작가들이 모두 다른 생각을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평화롭고 아름답게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다 나온 결과물 중의 하나가 유니온아트페어이다.
 

‘메이드 인 대만, 설탕&설탕 그릇&설탕 수저’, 13m 34s, 3ch Video and Product, 2013
‘Product - 자유의 여신상’, 190 x 160cm, Digital Print, 2014

- 작가로서의 근황을 좀 듣고 싶다. 최근 진행 중인 작업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내가 그동안 해왔던 작업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 즉 신자유주의 시스템에 의해 형성된 환경 안에서 개인의 정체성, 생각, 삶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되는 방법’(2011), ‘메이드 인(Made in) 시리즈’(2013~ongoing), ‘고유시(Proper Time -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한다고 해도)’(2017) 등을 통해 구조적인 것들 속의 미시적인 것들을 관찰했다. 내가 최근에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조금 더 근원적인 인간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 같다. 삶의 방식과 관련된 고민을 더 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연 ‘우리’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계속해서 너와 나로 나뉘고 집단과 집단이 경계를 만들고 있다. 지금은 개인과 개인도 전부 마스크로 구분되고, 표정도 볼 수 없고, 서로 만지지도 못하고, 가까이 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앞으로 지금을 극복하고 과거의 아름다웠던 것들을 회복하면서 우리의 삶을 지속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삶의 방식에 대한 작업으로 조금씩 옮겨가는 것 같다.
 

‘유니온아트페어’ 전시 전경, 이완스튜디오, 2020

-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들 이야기한다. 모두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미술의 경우 전시 현장에서 작품을 직접 마주하는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당히 큰 영향을 받았다. 대응책으로 온라인 전시 투어도 늘어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술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르네상스 이후부터 최근까지 이어져 온 미술은 균형을 포착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미술의 역사 속에서 아름다움은 균형이었다. 그동안 인간 중심적으로 바라보는 세상에서 구도와 색, 조형적인 면에서 균형을 찾아왔다. 그리고 지금, 현대의 미술가들은 세상 속 인간사 안에서의 균형을 포착하고 있다. 정치적인 이슈, 젠더 갈등, 민족적인 이야기, 소외, 양극화, 환경 문제 같은 불균형을 포착해 그것을 공론의 장으로 가져와 균형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코로나19 이후 예술가들의 역할이 조금 더 커질 거라 생각한다. 우리의 일상을 과거로 완벽히 돌릴 수는 없어도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창작물들이 과거의 일상을 복원하는 데에 큰 힘과 위로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살아서 지금의 지경에 이른 것들, 우리가 인식하고 함께 고민했어야 함에도 그냥 지나쳐왔던 것들, 그런 미시적인 것들에 대한 균형을 맞추는 데에 있어 작가들이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
 

Leewanstudio X Moynat-Mini Vanity bag-2019, 사진 촬영: 313아트프로젝트 

- 작가로서의 활동 외에 전시나 미술 관련 행사 기획도 다양하게 해왔다. 작가로서 전시에 참여하는 것과 기획자로서 참여할 때 느끼는 제일 큰 차이는 무엇일까? 그리고 전시 기획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전시를 기획한다기보다 문화의 스테이션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미술 작업을 하는 친구들과의 파티를 만든다는 마음이다. 예술가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전시가 만들어지고, 그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하면 그 안에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다 담긴다. 누군가는 환경에 대해 말할 것이고, 다른 사람은 아픔, 트라우마, 욕망에 관한 이야기를 할 거다. 또 다른 누군가는 정치 이야기를 담아낼 수도 있다. 플랫폼 안에서 교류하고, 재미있게 놀다 보면 그것이 또 하나의 문화가 되지 않을까? 현재 한국 미술계에는 미술관에서 만들어지는 전시도 있고, 기획자들이 만드는 전시도 있고, 갤러리에서 일어나는 상업적인 활동도 있는데 작가들이 중심이 되어서 만들어지는 문화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굉장히 뜨겁게 달궈지는 젊음을 모아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Leewanstudio X HyundaiLivart-Office furniture-stool, table-2019

- 최근에 리바트(LIVART), 모이나(Moynat) 등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기업과 협업을 진행할 때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개인적인 의견으로 기업들이 예술가와 협업을 할 때 이미 답을 정해놓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예술가의 작업과 관련해 단편적인 부분만을 지정하고 예술을 마케팅이나 홍보와 같은 상업적인 수단으로 사용하는 거다. 그래서 기업과 협업할 때 답을 정해놓고 시작하지 말고 예술가와 함께 대화를 하는 과정 중에 무엇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작가가 기업의 마케팅에 수동적으로 동원되는 게 아니라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이고 작가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협업을 하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고 궁극적으로 어떤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하면서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협업에 참여하는 작가가 어떤 개념을 갖고 작업하는지부터 살펴보고 접근하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 부인이 디자이너(구희선)이다. 역시 창작을 하는 사람이다. 작가로서 활동하는 데에 남다른 힘이 될 것 같다.

나의 아내가 작가로 내 작업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옆에서 나의 작업을 전체적으로 굉장히 많이 봐주는 사람이다. 나는 작업에 빠져 있어서 객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때 아내가 작품의 최초 관객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을 해준다. 또 기술적인 영역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 이 글이 공개되는 10월 30일, SBS 창사 30주년 기념 ‘SBS D 포럼(SDF2020)’에 연사로 참여한다. 관련해 ‘SDF Art Project’도 진행 중이다. 설명을 부탁한다.

‘겪어본 적 없는 세상: 새로운 생존의 조건’이란 주제로 진행된다.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어떻게 예측하고 대처해야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것 같다. 나는 예술가의 눈으로 이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맞이하고 대응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SDF Art Project’의 경우 함께 연사로 참여하는 이대형 감독님의 큐레이팅으로 진행 중이다. 결과물은 포럼 당일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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