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가] 골목 곳곳에 펼쳐진 예술의 향연

‘작가과 함께 하는 예술쇼핑’전 현장 리뷰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6.10.19 12:32:07

'작가와 함께 하는 예술쇼핑'전이 열리는 갤러리토스트에서 사람들이 작품을 구경하고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어머, 이게 뭐야? 뭐 하나 보다. 구경이나 할래?” 가끔 갤러리토스트에 전시를 보기 위해 찾아가던 방배사이길은 평소 조용했지만 이번에 찾아갔을 땐 사람들의 호기심으로 가득 찬, 활기 띤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같이 가슴이 들뜨기 시작했다.


‘작가와 함께 하는 예술쇼핑’전이 방배사이길에서 10월 23일까지 펼쳐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0월 11~23일을 ‘2016 미술주간’으로 지정했다. ‘미술은 삶과 함께(Art in Life)’라는 주제와 ‘좋아요! 미술(Like! Art)’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는 미술주간은 지난 2015년 국민의 미술 문화 향유를 목적으로 시범 운영됐다. 올해는 그 범위와 규모를 확장했다. 국·공·사립미술관, 화랑(갤러리), 3대(광주, 부산, 서울) 비엔날레 등 100여 개의 미술 공간과 협력해 다양한 미술 행사와 전시를 선보인다.


이 가운데 ‘좋아요! 미술시장’ 프로그램의 일환인 ‘작가 미술장터’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다양한 예술 작품을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는 여러 자리가 마련됐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2016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이하 키아프)와 맞물려 열린 작가 미술장터는,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는 색다른 미술시장이 콘셉트다. 미술장터 6개(작가와 함께 하는 예술쇼핑전, 유니온 아트페어, 탐앤탐스: 소원의 방, 신한은행: 10개의 방, 필동 아트마켓 프로젝트, 굿 바이 아트 굿-바이)가 전국 30여 곳에서 펼쳐진다.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이번 전시에 참여했다. (왼쪽부터) 나얼, 정연연, 조장은, 찰스장의 작품.(사진=갤러리토스트)

‘작가와 함께 하는 예술쇼핑’전은 친근한 골목 아트페어다. 아트페어는 주로 밀폐된 큰 공간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아트페어는 파란 가을 하늘을 만끽하며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다. 주요 전시 공간인 갤러리토스트, W101, PS23을 중심으로 길의 각종 공방 및 카페, 음식점에 작품들이 전시돼 길을 거닐다 보면 바로 작품이 보인다.


회화, 조각, 판화, 사진, 도예 등 장르도 다양하다. 강준영, 김나연, 김일동, 델로스, 조장은, 정연연, 찰스장, 홍원표, 후디니 등 젊은 작가 120명이 참여해 오리지널 작품 500여 점을 출품했다. 가수이자 화가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 온 나얼도 작품을 출품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놀라운 건 작품의 가격대. 모든 작품이 10만~100만 원의 가격대에 출품됐다.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이 아트페어가 열린 것은 전시의 취지에 있다. 바로 ‘예술의 대중화’.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후원으로 디와이아트팩토리 주최, 갤러리토스트 주관으로 이뤄졌다. 시작엔 작가 단체 디와이아트팩토리와 갤러리토스트가 있다.


갤러리토스트는 역량 있는 젊은 신진 작가 발굴과 전시 후원 및 미술의 대중화, 그리고 지역과의 상생 취지에서 ‘아트바겐’을 2014년부터 꾸준히 열어 왔다. 올 7월 열린 ‘아트바겐2’에는 116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작품 크기와 상관없이 특별가 30만 원의 가격으로 회화, 조각, 판화, 사진, 도예, 가죽공예 등 400여 점을 출품해 화제가 됐다.


친근한 골목 아트페어가 주요 콘셉트
갤러리토스트-디와이팩토리의 ‘아트바겐’ 확장 버전


전시 개막식을 찾은 (왼쪽부터)조장은, 박소현, 델로스 작가. 이들도 다양한 작품을 출품하며 관람객을 맞이했다.(사진=김금영 기자)

일반 대중에게는 전시장, 그리고 몇 백 또는 몇 천만 원을 넘나드는 작품 구입이 낯선 영역이다. 이래서 부담 없이 예술을 일상에 들여놓자는 취지 아래 아트바겐은 저렴한 가격에 작품가를 책정했다. 전시의 취지에 공감한 작가 단체 디와이아트팩토리도 아트바겐에 참여해 힘을 더했다. ‘예술의 대중화’라는 목적 아래 수익금 일부는 국제아동복지연합에 기부해 특별한 뜻도 더했다.


그리고 올해 디와이아트팩토리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16 작가 미술장터 개설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기존 아트바겐의 확장 버전인 ‘작가와 함께 하는 예술쇼핑’전을 갤러리토스트와 함께 선보이게 됐다. ‘작가와 함께 하는 예술쇼핑’전은 작가들의 주도로 기획된 자리라는 것이 포인트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조장은 작가는 여성으로서의 일상을 공감 가는 친근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작업을 펼쳐 왔다. ‘작가와 함께 하는 예술쇼핑’전에서는 최근 인연을 맺은 유기견의 이야기도 끌어 왔다. 행복한 표정을 짓고 개와 교감하며 바라보는 여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조 작가는 “갤러리토스트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개인전도 두 번 열었고, 아트바겐에도 참여했다. 그런데 이번에 좋은 취지의 자리가 열린다고 해서 5점을 출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멋있는 갤러리도 좋지만,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기는 전시 또한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자리가 앞으로 많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주요 전시 공간인 PS23(위)과 W101 내부. 다른 목적의 공간에 예술 작품들이 들어와 눈길을 끌었다.(사진=김금영 기자)

박소현 작가는 이번에 드로잉 작업을 포함해 작품 4점을 출품했다.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을 포착해 그 안에서 이뤄지는 교감을 표현한다. 박 작가 역시 기획 의도에 깊은 공감을 보였다. 그는 “예술의 대중화라는 기획 의도가 좋았다. 작가로서 전시를 열 때 전시 기획에 따라 작업을 선보이기에, 어쩔 때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 때도 있다. 그래서 기획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번 전시는 작가들 입장뿐 아니라 작품 감상자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 기획된 점이 좋았다. 작가들 주도로 기획됐기에 작가들의 많은 의견이 오갔고 또 반영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델로스 작가도 자리에 참석했다. 동화 속 앨리스를 자신만의 감성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들을 이번에 선보였다. 그는 작가들과의 교류에도 관심을 보였다. 델로스는 “작가들 사이에서도 이런 자리는 특별하다. 작업을 하고 전시를 열다 보면, 서로의 작업을 보거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별로 없다. 단체전이 있기는 해도 교류가 항상 많지는 않다”며 “그런데 이번 전시에는 정말 다양한 작가들의 작업이 모여 나도 여러 작품을 보고 자극을 받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엔 너무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한 전시에 어울릴 수 있을지, 어떻게 전시될지 우려됐는데, 재미있는 형태로 공간이 채워져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전시가 열리면서 동네 골목도 활기를 찾았다. 이도영 갤러리토스트 관장은 이번 전시를 위해 동네 공방 곳곳을 찾아다니며 협조를 구했다. 평소 동네 주민으로 이 관장을 알아온 공방들은 그의 열정에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각 공간들에는 ‘작가와 함께 하는 예술쇼핑’전의 콘셉트에 맞게 작품이 전시되고, 관련 수업도 마련됐다. 동네 주민들이 평소 잘 가던 공간들에 작품들이 들어선 거라, 애초에 높은 문턱의 부담 없이 사람들이 방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평소 걷던 골목길에 펼쳐진 예술의 향연
‘예술의 대중화’ 위해 더 많은 관심과 도움 필요


방배사이길 골목이 '작가와 함께 하는 예술쇼핑'전으로 물들었다. 기존 운영되던 공방(아래)에서는 예술 관련 수업도 마련됐다.(사진=김금영 기자)

평소 가구와 소품을 선보이는 리빙샵 W101은 가구들과 작품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W101 측은 “가구 위에 예술 작품을 놓는 식으로 공간을 꾸렸다. 방문객들은 가구 감상 뿐 아니라, 작품이 일상생활에 어떻게 자연스럽게 접목되는지도 볼 수 있다. W101의 본래 특성에 예술의 대중화 성격까지 보여줄 수 있어 흥미롭다는 생각에 참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방 꽁뜨는 10월 15~16일 ‘먹음직한 패브릭 감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다. 꽁뜨 측은 “본래 있던 수업을 예술 취지에 맞게 꾸려 함께 참여했다. 원래 사이길에 봄, 가을마다 축제가 있었는데 여러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서 침체됐다. 그런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마련돼 참여를 결정했다. 예술과 함께 하는 축제 덕분에 간만에 골목에 활기가 가득한 것 같아 좋다”고 밝혔다.


전시 개막일에 찰스장 작가의 사회로 '만원 미니옥션 이벤트'가 열렸다. 저렴한 가격에 퀄리티 높은 작품을 구매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사진=김금영 기자)

이밖에 다양한 부대 행사도 열렸다. 전시 오픈 당일에는 재미난 구경거리도 있었다. 찰스장 작가의 진행으로 ‘만원 미니옥션 이벤트’ 경매가 열렸다. TV에서 보는 경매 현장은 엄숙하다. 그런데 이날 열린 경매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열린 가운데, 첫 입찰가가 놀라웠다. 바로 만원. 후디니, 찰스장, 코마, 서미지, 에테르, 로리, 허보리, 홍삼, 델로스, 안영아 작가의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9만 원부터 약 30만 원까지 저렴한 가격에 작품 경매가 이뤄졌다. 평소 고가에 구입은 생각하기도 힘든 작품을 집안에 들여놓을 수 있다는 생각에 경쟁이 치열했다.


찰스장 작가는 “원래 연말에 하던 만원 미니옥션 이벤트를 이번 전시에서 진행하게 됐다. 만원 옥션을 내가 시작했다. 원래 말 안 되는 걸 좋아한다. 평범한 전시에서라면 이뤄질 수 없는 가격에 작품들이 나왔다. 그런데 이 말 안 되는 걸 말이 되게 해준 것이 작가들의 의지다. 좋은 전시의 취지에 공감한 작가들의 노력이 모여 이번 자리가 마련될 수 있어서 고맙고, 또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길거리에서는 ‘초상화 그리기’ ‘캐리커쳐 체험’ ‘드로잉 수업’ ‘라인 아트 퍼포먼스’ 등 작가와 함께 하는 다양한 예술체험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그룹 동물원과 퓨전재즈 잼퀸텟클라시코, 인디밴드 토끼굴의 축하 공연도 골목에 울려 퍼졌다. 동물원은 “우리 또한 미술 문외한이었다가 나름 미술 애호가가 된 케이스”라며 “다가가기 힘든 그림의 떡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번 전시는 부담스럽거나 멀게 느껴지는 그림 안의 떡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예술이 생활에 다가오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 같다”고 공연과 더불어 감회를 밝혔다.


전시 관람뿐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도 펼쳐졌다. 캐리커처 체험(위)이 열렸고, 해가 저물자 동물원의 공연이 골목을 가득 채웠다.(사진=김금영 기자)

아트바겐으로 예술의 대중화를 실천해 온 이도영 갤러리토스트 관장은 이번 자리가 유독 뜻 깊다. 이 관장은 “방배사이길 골목을 산책하다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예술품을 소장하며, 예술을 친숙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랐다. 디와이팩토리 등 작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일”이라며 “예술 작품과의 만남이 따분하다고 지루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집앞 동네 골목길의 축제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기를 바란다. 예술은 바로 대중을 위한 것임을 이번 자리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전시의 취지를 설명했다.


전시의 취지에 맞는 새로운 사람들도 만났다. 이 관장은 이어 “특히 이번 예술쇼핑을 통해  기존 미술애호가들 뿐 아니라 생애 첫 작품을 소장을 하게 된 분들도 많다. 착한 가격에 퀄리티 높은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로운 컬렉터 층 발굴에도 기여한 것 같다”며 “이런 소장문화 확산 운동도 예술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를 찾은 사람들의 표정엔 무엇보다 불편함이 아닌 편안함이 가득했다. 익숙한 공간이 전시장으로 바뀐 터라 입구에서 쭈뼛쭈뼛할 필요도 없었다. ‘작가와 함께 하는 예술쇼핑’전을 찾은 한 관람객은 “예술이라 하면 따분하고 멀게 느껴졌는데, 멀리서 노랫소리가 들려 따라가 보니 동네 축제가 펼쳐져 있더라. 또 잘 가던 카페에 그림이 걸려 있어 구경도 했다. 이번 축제를 계기로 전시에 조금 흥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작가와 함께 하는 예술쇼핑'전에 작가 단체 디와이아트팩토리와 함께 한 이도영 갤러리토스트 관장.(사진=김금영 기자)

처음 아트바겐으로 시작했고, 이번엔 ‘작가와 함께 하는 예술쇼핑’전으로 확대됐다. 아직 시작 단계라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하지만 이 자그마한 축제가 보여준 가능성이 엿보였다. 콧대 높은 일부 특정 계층만의 ‘그들만의 축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밀폐되지 않는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탁 트인 공간. 그리고 이곳에서 동네 꼬마가 학원 다녀오다가, 또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산책하다가, 또는 젊은 학생들이 놀러 나왔다가 부담 없이 작품을 감상하는 광경은 그야말로 ‘예술의 대중화’에 가장 걸맞은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추후 이런 자리가 보여주기식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미술 관계자들의 많은 관심과 도움으로 자리 잡아 보다 많은 예술의 대중화를 일궈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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