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너구리와 물고기? 현실 잔혹동화 펼치는 코어스, 국내 첫 전시

에브리데이몬데이 갤러리서 2월 19일까지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7.01.20 11:29:38

독일 출신 아티스트 그룹 코어스가 국내 첫 개인전을 가진다.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And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 힘든 역경을 극복한 동화의 주인공이 일반적으로 맞는 결말. 그런데 요즘 세상은 동화를 뒤집어 보고 있다. 아름다운 겉 속에 숨어 있는 실체를 파헤치는 '잔혹 동화' 콘텐츠가 더 인기 있다. 이는 가식적이거나 허황된 허상보다 진실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도 반영됐을 터다.


한국에서 첫 전시를 갖는 독일 출신 아티스트 그룹 코어스의 작업 또한 근본적인 고통과 슬픔, 외로움 등 다소 어두운 내용의 우화가 바탕이 된다. 그룹명 코어스(coarse)는 투박하고 거칠다는 뜻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코어스의 조각들은 하나같이 매끄럽다. 귀여운 조각에 살벌한 현실의 이야기를 담는 그들의 작업에 딱 걸맞다. 먼저 그들의 작품을 봤을 때는 귀엽다. 그런데 동물 혹은 사람 캐릭터가 언뜻 귀여워 보이다가도 이내 적막함과 슬픔이 엿보인다.


코어스, '콜드 웨이(COLD WAY)'.

이 모습은 코어스가 로스엔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앤드류 그린버그와 함께 출판한 첫 그림책 '콜드 웨이(COLD WAY)'에서도 볼 수 있다. 콜드 웨이는 너구리와 물고기의 절박하고 험난한 여정을 담은 이야기다. 힘겹게 집으로 가는 길을 찾는 너구리와, 그리고 허황된 말로 순진한 너구리를 속여 자신이 바다로 다다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사악한 물고기가 등장한다.


부정, 거짓과 배신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전반적으로 어둡고 묘한 긴장감은 잔상이 돼 코어스 조각 위에 오버랩 돼 펼쳐진다. 꼭 너구리와 물고기의 크고 새까만 눈 깊숙이 내재하는 욕망과 맹목적인 믿음이 가져올 불행이 보이는 것 같다. 그것은 결국 계속해서 숨기려 하는 우리 내면의 취약한 점들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 또 한 번 서늘함을 느낀다. 현실로 다가오는 잔혹 동화다.


코어스는 최근 시리즈를 통해서는 더 이상 희망을 쫓지 않는 메마른 현대인의 모습을 꼬집는다. '두 유 리멤버(Do you remember)?'와 '하우 쿠드 아이 포겟(How could I forget)' 작업에서 직접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며, 이에 따르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 탐구한다.


코어스는 귀여운 조각에 살벌한 현실의 이야기를 담아 보여준다.

두 작업에는 피부는 탄력을 잃고 구부정한 신체의 노인과 작고 아직 미성숙한 어린 아이가 등장한다. 노인은 놀이터에서 어느새 너무도 멀어져 버린 유년의 나, 흑백의 어린아이를 기억 속 안개를 해쳐 소환한 듯한 모양새다. 노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금 나는 저 아이로부터 얼마나 어떻게 멀어져 왔는가' '어린 내가 상상한 세상과 실제 내가 걸어온 길은 어떻게 달랐던가'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바쁜 일상에 유년의 동심, 그리고 꿈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듯 코어스는 귀여운 조각을 통해 현실의 잔혹 동화를 펼쳐낸다.


에브리데이몬데이 갤러리 측은 "독일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인 마크 란트비어와 스벤 바스크로 이뤄진 코어스는 2003년부터 평면 드로잉을 나무, 레진, 바이닐을 사용한 입체 조형으로 만들기 시작했다"며 "그들은 기술적 한계 속에서 가능한 한 최고치의 결과물을 위해 많은 노력해 왔다. 이번 전시는 코어스는 그들만의 독특한 조형 스타일로 만든 레진 오리지널 피규어, 한정판 바이닐 피규어 작업 들을 엄선해 선보인다"고 밝혔다. 전시는 에브리데이몬데이 갤러리에서 2월 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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