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전시] 선화랑, ‘재해석된 풍경’을 예감하다

김민주, 설종보, 홍푸르메 3인전 선보여

다아트 김금영 기자 2018.02.28 17:40:27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선화랑에 세 가지 풍경이 모였다. 전시장 1층엔 바다, 한적한 마을이 담긴 설종보 작가의 풍경, 2층엔 홍푸르메 작가가 담은 한국적 산수화 풍경, 마지막으로 일상과 상상의 세계를 혼합한 김민주 작가의 풍경까지. 각각의 풍경은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으로 모였다. 작가만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풍경이라는 것.

 

선화랑이 기획전 ‘2018 예감 – 재해석된 풍경’을 3월 10일까지 연다. 선화랑은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작가들을 예고하는 예감전으로 매년 시작을 열어 왔다. 원혜경 선화랑 대표는 “이전 예감전에는 작가 8명의 작품을 선보였으나, 이번엔 좀 더 작가들의 세계를 집중해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작가 3명으로 인원을 줄였다”며 “또한 이전엔 30~40대 젊은 작가를 중심으로 예감전을 꾸렸으나 이번엔 연령에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고 작품만 보고 선정했다. 자신만의 화풍과 이

야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가들이 이번 전시에 모였다”고 말했다.

 

사람이 있는 풍경, 빛이 있는 풍경, 숨은그림찾기 같은 풍경

 

설종보 작가.(사진=김금영 기자)

이렇게 모인 세 작가는 각자 개성을 담은 풍경을 보여준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설종보 작가의 풍경은 한없이 평화롭다. 부산, 제주, 강원, 전라도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발견한 풍경을 화면에 담았다. 작가는 “작업 초창기 때 부산에 살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부산 풍경을 많이 그렸다”고 말했다.

 

부산을 시작으로 작가는 다른 지역으로도 발걸음을 넓혀 갔다. 처음엔 풍경이 가장 눈에 먼저 보였다. 그런데 수많은 풍경을 마주할수록 작가의 눈에는 그 풍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행복한 기억을 바탕으로 이미 사라진 풍경들을 계속 기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

 

설종보, '서산간월암 - 달밤바다'. 캔버스에 아크릴, 90.9 x 90.9cm. 2016.(사진=선화랑)
설종보, '사과나무집'. 캔버스에 아크릴, 27 x 27cm. 2017.(사진=선화랑)

작가는 “재개발로 사라진 풍경들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했다. 이미 사라졌지만 그곳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한 기억들을 만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풍경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지만, 그 공간에 대한 잊히지 않는 기억을 그림에 담았다. 따라서 내 그림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 현재 진행형이다”라고 말했다.

 

‘부산 청사포 – 밤 고둥잡기’는 바닷가에서 등불을 들고 고둥을 잡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어둠 같은 현실 속 희망을 찾고 발언하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린 그림이다. 작가는 “아름다운 자연 속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이 내 그림에 자주 등장한다. 이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있더라도 등불을 들고 길을 비추면서 걸어가는 것처럼 절망하지 않고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작가의 풍경이 그렇게 평화롭고 행복해 보였나 보다.

 

홍푸르메 작가.(사진=김금영 기자)

이어서 홍푸르메 작가의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의 화면은 또 다른 관점에서 평화롭다. 작가는 화면을 꽉꽉 채우지 않는다. 빛을 이용한 여백의 미를 보여준다. 여백이 화면의 일부분을 구성하고 있지만, 또 그렇다고 화면이 텅 비어보이지 않는다. 화면 속 가득한 울림이 마음을 채워주는 느낌이다.

 

작가는 전통 산수화에서 벗어난 새로운 한국적 산수화를 보여준다. 1990년대 대만 사범대학에서 유학한 작가는 중국식 관념 산수를 벗어나 한국적 산수화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준법(산악, 암석 등의 입체감을 표현하기 위해 쓰는 기법)으로 유명한 대부벽준(大斧劈皴) 등을 토대로 전통 준법에 변화를 가한 작가만의 독특한 준법을 개발했다.

 

홍푸르메, '앳 디스 모먼트(At This Moment)'. 종이에 먹, 71 x 140cm. 2017.(사진=선화랑)

근작에서는 ‘빛의 미학’이 두드러진다. 작가는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서의 빛, 그리고 삶을 관조하고 사색할 수 있도록 돕는 교훈적 측면으로서의 빛에 주목했다. 작가는 “불안의 시대다. 모두가 아프다. 이때야말로 중요한 것이 바로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적 산수화에 몰두하게 된 과정을 밝혔다.

 

그는 이어 “빛이 종이의 흰색이라면, 먹은 빛이 없는 공간과도 같다. 하지만 둘은 상반된 개념이 아니라 같이 존재한다. 빛이 있어야 어둠이 있을 수 있듯이 어둠이 없으면 빛을 이해할 수 없다”며 “내 작품 속 빛은 종이와 먹 사이에서 그 존재를 드러낸다. 그리고 우리에게 삶을 관조하고,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준다”고 설명했다.

 

홍푸르메, '앳 디스 모먼트(At This Moment)'. 종이에 먹, 71 x 140cm. 2017.(사진=선화랑)

이 과정을 통해 작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위로를 건네고자 한다. 작가는 “너무 볼 게 많으니 오히려 봐야 할 것을 못 보는 세상이다. 우리에게는 여백과 같이 비움의 순간도 필요하다. 내 그림 앞에 섰을 때만큼은 마음 편하게 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주 작가.(사진=김금영 기자)

마지막으로 김민주 작가의 풍경이 드러난다. 작가는 몸은 물고기인데 얼굴을 가진 상상의 존재를 등장시켜 전통회화인 어락도(漁樂圖)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근작에서는 한 여성이 등장한다. 이 여성은 사다리에 올라가 열매를 따거나,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는데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꼭 숨은그림찾기 하듯 발견하게 되는 인물이다. 또 이 여성이 존재하는 풍경에도 눈길이 간다. 전통적인 정자 또는 한없이 펼쳐진 숲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현대적인 건축물 속 이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 풍경은 작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장소다. 작가는 “화면 속 풍경들은 숨을 돌리고 생각도 하면서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으로 재해석한 곳들이다. 익숙한 건물 등 일상 풍경에 상상의 개입을 허용하면서 특별한 공간을 재구축했다”고 말했다. 그림 속 얼굴을 가린 채 등장하는 인물은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무엇을 그려야 하나?’ 늘 고민했던 작가는 그림 속 머리를 내려뜨린 인물을 통해 생각이 쏟아져 나오기를 바라는 자신의 심경을 드러냈다.

 

김민주, '빈 배 가득 밝은 달만'. 장지에 먹과 채색, 130 x 320cm. 2014.(사진=선화랑)

작가는 “옛날 동양화를 보면 광활한 풍경 속 조그맣게 들어가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면서 그 인물들의 모습에 나를 대입했는데 그림 속 풍경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기분이었다”며 “시대와 성별을 떠나 자유롭게 자신의 모습을 대입하고 재미있는 상상을 유발할 수 있도록 그림 속 인물들의 얼굴을 가렸다. 그림을 보는 순간만큼은 현실의 압박에서 벗어나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원혜경 대표는 “다양한 풍경 속 살아가는 사람 이야기까지 주목한 설종보 작가, 울림이 강한 화면을 선보이는 홍푸르메 작가. 한국화인데 한국화 같지 않은 화면에 기발함을 곳곳에 숨겨둔 김민주 작가의 풍경까지, 작가들이 구축한 각각의 풍경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견하고 행복한 예감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주, '휴가(休家)'. 장지에 먹과 채색, 130 x 157cm. 2012.(사진=선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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